마음과 영혼이야기

악업을 지은 이모, 왜 내가 구해야 했는가

지공선사 2025. 12. 10. 19:32

전생의 악업이 불러온 집안 전체의 위기

최근 한 젊은 여성이 찾아왔는데, 무척 곤란한 일을 겪고 있었다. 그 원인을 살펴보니 이 여성의 이모에게서 전해온 것이었다. 
이 이모는 전생에 엄청난 살인의 악업을 지은 사람이었다. 전생에 이모의 친구가 배 사업을 했는데, 자신의 처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

그때 이모는 너무 배가 아프고 시기와 질투가 극에 달해,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 친구의 배에 몰래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다. 배가 출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가라앉아 친구는 물론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물귀신이 되고 말았다. 당시로서는 완전범죄였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그 여인은 환생하여 지금의 이모가 되었고, 그때 죽은 원혼들이 원한에 사무쳐 이모에게 복수하러 찾아와 중병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모는 병원에 입원하여 대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이며, 내가 수시로 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이 귀신들은 이모만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모의 일가친척을 비롯한 집안 전체 사람들을 몽땅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 여성이 위기를 느껴 나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착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딜레마

여기에 큰 딜레마가 있었다.

이 착한 여성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모도 함께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인연이 가져오는 곤란한 처지가 있다. 착한 사람을 구하려면, 악인도 함께 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모는 마땅히 천벌을 넘어 만벌을 받아야 하는 악인이었기에, 나 역시 구해주기 싫어서 천도재를 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상황은 알고 있어야 하기에 사실을 일러주었다.

당연히 이 여성은 엄청난 갈등에 빠졌다. 현생에서도 이모는 집안에서 가장 성품이 못되 배척받는 존재였다. 개과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태어났으니 영혼의 성품 또한 그때와 비슷했던 것이다. 이 여성의 부모 역시 이모에게 오랜 세월 큰 피해를 보았고, 이 여성 또한 무의식 속에서 이모를 깊이 증오하며 살아왔다. 그런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나 역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실정이다. 

 

비장한 선택, 그리고 시작된 천도재

상담 도중 그 여성이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벌떡 일어나 법당으로 들어가 기도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이모를 구해달라”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가 얼굴에 서렸다. 그래서 결국 천도재를 열었다.

물론 이 원한맺힌 귀신들을 천도하던 중 이모에게 내려야 할 처벌은 따로 신에게 부탁했다. 나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악업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모는 귀신들의 복수에서는 벗어났지만 신벌(神罰)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이 여성과 집안 사람들은 모두 무사하게 되었지만, 문제는 이 여성이 “내가 이모를 구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날 이후 이모만 떠올리면 분노가 치솟는다는 점이었다.

“이 못된 인간을 내가 구해주다니…”

즉, 구해주고도 열받아죽겠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마음이다.

그러나 이 여성은 잘못 알고 있었다. 나는 피해자 귀신들의 복수를 신의 처벌로 대신 해준 것일 뿐이다. 내가 이렇게 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에 없었던 일이다.

 

신벌은 더 무섭다

신의 세계에서 실제로 악인에게 벌을 전문적으로 내리는 일을 해주는 신들이 계신다. 신의 처벌이 오히려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피해자 귀신의 복수는 복수로 끝나지만, 신의 처벌은 진심으로 참회할 때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앞으로 태어날 때마다 몇 생을 지옥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고, 죽을 때마다 지옥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신에게 처벌을 대신 부탁하면 진짜 최고의 복수가 된다.

해탈의 기회로 바뀐 인연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란 말을 하신 바 있다. 원수를 사랑하고, 근본적으로 원수가 없다는 불교의 진리를 이번 기회에 깨우친다면
이 여성은 현생에서 해탈하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 귀신들을 구제해준 공덕이 엄청나게 쌓이니, 어쩌면 부처님이 이 여성을 위해 이런 상황을 성불(成佛)의 기회로 열어주신 것인지도 모른다.

이 여성은 신라 시대에 신과 부처님을 모시던 신녀(神女)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이에 응해 천도재를 지내주어 이번 기회에 인간의 차원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만일 이 여성이 고대 신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로 천도재를 지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집안 사람들 가운데 이 여성만 지키는 안전기도를 했을 것이다.

천도재의 진정한 의미

내가 부탁받아 천도재를 지내주는 분들이 있지만, 그렇게 해주는 진짜 뜻을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당사자는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천도재를 지내려고 하지만, 실제로 나는 그것만으로 천도재를 지내주지 않는다. 나는 종교행사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오는 분이 천도재를 지내지 못하도록 가끔씩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광고 한 번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준을 조금 완화해 번거롭지만 당사자가 원하면 되도록 천도재를 지내줄 생각이다. 고통을 뻔히 바라보기만 해서 생기는 미안한 마음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겠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