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헤어진 아버지가 노름도 하셨지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치성을 드리고 의지하고 있던 중 내게 찾아온 이 여성이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하며 놀란다.
노름하다가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병들어 죽은 남자귀신과 동자신 하나가 빙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니 당연히 내가 가진 고통을 나누어야지요"
역술을 하는 젊은 여성의 부탁으로 천도재를 지내는 도중에 빙의해 있는 남자귀신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여성이 점을 잘 치는 것을 도와주면서 있으면서 이 여성을 무당을 만들기 위해 또다른 동자신 하나까지 끌여들여 같이 있다. 신기(神氣)도 별로 없는 이 여성분에게 돈을 벌게 해주기 위해서 억지로 무당을 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전생에 잠깐 같이 살았던 남자로서 노름하다가 허리를 다치고 하반신이 거의 마비된 채 내러벼져서 죽은 고통을 이 여성과 아버지 등 가족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은 극심한 허리통증과 디스크에 시달리고 있고 아버지는 노름도 하고 의처증에 걸려 어머니와 헤어져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녀 입원해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남자들과 사귀는 것은 고사하고 혐오증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전생 남편귀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른바 무당을 만들기 위한 과정과 자기를 사랑한다는 귀신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 여성이 와서 자리에 앉자말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남자귀신에게 밥과 미역국을 대접해주니 아주 고마워한다. 살아 생전에 정식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지 못한 탓에 따뜻한 밥 한끼 제대로 못챙겨 먹은 것이다. 살아 생전에 심한 결핍은 죽은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니 고통도 같이 나누어야 된다는 말이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고통을 나누고 말고는 고통을 갖고 있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지, 내가 사랑하니까 너도 내 고통을 나누라고 상대방에게 강요할 성질은 아닌 것이다.
"상대와 고통을 나누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사랑이지만 상대의 고통을 내가 모두 받아들여 승화시키는 것은 곧 신의 사랑이라, 이제 집착에서 나온 고통과 고통의 만남에서 벗어나 신의 사랑에서 나온 자유와 진리의 만남을 이루어야 할 터.. 그러면 그대와 이 여인은 영원히 행복하고 자유로우리라"
남자귀신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지장보살님을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살아 생전에 올바른 생각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이 중도에서 벗어나 잘못되어 있으면 죽은 이후에도 그 생각이 이어지며 악업을 짓게 되니 말이다.
남자귀신의 영체(靈體)를 수리하여 온전하게 해 준 다음 밝게 정화시켜 저 세계로 들여보냈다.
천도재가 끝난 뒤에 비로소 이 여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밝아진다. 뭔가 아주 홀가분한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이 귀신이 늘 자기와 함께 지내고 있었으니 그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도 없다.
"이제부터 역술을 볼 때 이전보다 좀 덜 보일 수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타존재의 능력을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갈고 닦아서 더욱 더 사주를 잘 보도록 하세요. 나아가 돈을 좀 못벌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으니 즐겁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또 다른 인생을 꿈꾸어보세요"
이 여성이 맑아진 눈을 깜박이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동안 흘린 눈물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 남자귀신이 고통스러워 흘리는 눈물이었던 것이다.
사랑한다고? 그래서 결혼한다고 ?
그러려면 상대방의 고통을 나 자신이 몽땅 받아들여 그것을 내면에서 승화시켜줄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랑은 애욕과 집착이라는 불순물로 인해 반드시 갈등과 고통을 낳게 되어 있다.
이 따스한 봄날에 부처님전에 앉아 우리 모두 부처님의 사랑을 갖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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