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계백장군이다."
밝고 환한 광채를 가지고 갑옷을 입고 있는 장군 모습의 귀신이 이렇게 대답한다.
"헛소리하지 마라, 계백장군은 저 남쪽에 있는데 계백장군을 사칭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이 귀신이 자기의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알고 멈칫하며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 대답한다.
"나는 미나미하루(南春)인데, 이 집안에 오래 전부터 와 있었다"
이 부인의 딸이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 일본인 남자와 5월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원인모를 두통이 오고 눈이 아파와서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남편이 회사에서 잘 나가다가 최근에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 부인 역시 그런 증세로 오랜세월 고통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 귀신은 일본의 사무라이 출신이었는데 러일전쟁 때 일본군으로 우리나라에 건너와 전투를 하다가 가슴에 칼을 맞고 전사하였는데, 한 무당이 신으로 모시고 있었다.
그때 이 집안의 그 당시 할아버지가 이 무당에게 기도하러 갔다가 그만 이 집안에 따라와 눌러앉아버렸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자기 집안을 지켜달라고 요청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렇게 당귀(堂鬼)가 된 장군신이 할머니에게 신내림을 받도록 강요하였는데 할머니는 온몸으로 끝까지 거부하는 바람에 이 당귀가 죽여버렸다. 그리고 계속 붙잡아두고 있었다.
이 할머니 증세가 극심한 두통을 동반하며 눈알이 빠질듯한 신병(神病)에 시달렸는데, 100여년 후에 이 부인에게 그 증세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다가 급기야 딸까지 똑같은 증세를 겪에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장군신이 할머니를 내세워 일본에 있는 이 부인의 딸에게 빙의하도록 하여 똑같은 증세를 겪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본에 있는 이 집안의 딸을 무당으로 만들면서 이를 매개로 일본으로 귀환하려던 속셈이었다.
이 할머니를 앞전에 천도시킨 후 이제 이 장군신을 천도시키는 참이었다. 살았을 때 정신력을 극도로 강화시킨 사무라이였으므로 보통 힘이 쎈 당귀가 아닐 수 없다.
"선사님은 왜 나를 방해하십니까? 이제 일이 다 된 참인데..."
"그대가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신이라면 내가 왜 방해하겠나? 그렇지 못하니 그대와 이 딸 모두 불쌍하게 될테니 내가 간섭하는 것이지. 이제 오랜 세월 지났으니 그만 포기하시게나..."
점잖게 타일렀다.
"나는 이렇게 밝은데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실제로 누가 봐도 선하고 격이 높은 장군신 모습이니 그렇게 말할만 하다. 또 실제로 빛이 있으니 당귀가 자기는 그렇게 밝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신 노릇을 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 그대는 아주 어두운 사람이다"
이 장군신이 고집을 계속 부린다.
할 수 없이 진언(眞言)을 외며 준비해둔 팥에 영력을 불어넣어 이 장군신의 몸에 붙여 이 장군신의 온몸에서 빛나는 광채를 격파하였다.
그러자 빛이 사라지고 새까만 사무라이 모습을 하고 있는 영체가 드러났다.
그 순간 장군신이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한탄한다.
"내가 이렇게 어두울줄이야... 내가 이렇게 어두운 줄 미처 몰랐구나.."
"자, 그러니 이제 그만 결단을 내리시게나"
그래도 계속 고집을 부린다. 참 우직하다고 할까. 멍청하다고 할까... 나를 만난 이상 이 부인의 딸을 무당으로 만들면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을 두고 고집을 부리니 말이다.
"백년이 곧 찰나이고 찰나가 곧 백년이다. 찰나에 이룬 것은 이루어지는 순간 동시에 사라지는 법, 그러니 찰나에 이룬 것을 찰나에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천도재를 시작한지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이 법문을 듣고 비로소 항복하며 한탄한다. 이전 같으면 설설 기도록 당장 혼내면서 빨리 끝냈을텐데 되도록 말로 설득하려고 하니 내가 많이 부드러워졌나보다...
"내 고향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대의 고향은 일본이 아니다. 그대의 본래고향은 일본이 아니라 바로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이니라, 그곳에서 큰 신이 되도록 하거라"
이제야 깨닫고 감사해하며 진정한 밝음을 내뿜으며 극락으로 올라갔다.
이 집안에 100년 넘게 내려오며 후손들에게 신병을 일으키고 여러 고통을 초래하는 업장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수행자들과 무당 등 이 세계 사람들이 이런 가짜 밝음에 속아 넘어간다. 왜냐하면 평소 밝음만 생각하고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을 두르고 있는 표면적인 밝음을 부숴버리고 속에 꽁꽁 감추어져 있는 어둠을 드러내고 그것마저 격파하여 안팎으로 진정한 밝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야 사실상 천도가 가능하다. 이런 것은 천도를 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즉 거의 해탈의 차원에서나 가능한 경지이다. 인간의 의식 차원 가지고서는 진짜 천도는 불가능하다.
금강경에 석가모니불께서 색(色)으로 나를 보려는 것은 사도(邪道)를 가는 것이라고 알려주셨고 상(相)을 취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하셨거늘..
부디 귀신이 드러내는 모습에 속지 마시기를 바란다. 귀신이 오랜 세월 지나면 아주 밝고 환한 광채가 생겨나는 수가 있다.
자기 자신의 의식이 밝고 어두운 상대적 관념 (즉, 밝은 것은 좋고 어두운 것은 나쁘다) 에 매여 있으면 이런 귀신들에게는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그래서 옛적부터 대선사들이 분별심과 상대의식에서 벗어나라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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