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부처님께 비는 공덕이 당장 눈에 안보인다구요?

지공선사 2024. 6. 24. 11:56

한 중년 여성분이 와서 남편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평생 절에 다니면서 늘 부처님에게 빌어왔던 여성분이었다. 그런데 나이 70이 넘은 남편에게는 전생에 원한이 맺힌 여자 귀신이 있었다. 전생에 이 남자가 이 여인에게 돈을 빌려갔는데 이 여인이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빌려서 주었는데 남자가 그만 도망가버려 인생이 처절하게 망가진 여자였다. 인정을 베풀다가 배신당한 셈이다. 그래서 이 여자귀신은 복수하러 남편에게 와서 수십 년 붙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랫동안 복수를 하지 않고 있어 왔는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기도 중에 이 여자귀신이 이유를 말한다.

 

"내가 이 놈을 사단을 낼 거야.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그런데 왜 여태까지 가만히 두었어요?"

 

"아, 이 부인이 부처님에게 뭔지도 모르지만 늘 빌잖아. 몇 번이나 복수하려고 달려들다가 부인이 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이 놈에게 복수할 수 없었어. 그래서 부인이 죽고 난 다음에 끝장을 내려고 하는 거야"

 

"그러면 그대는 큰 손해를 보는데 큰 것을 잃잖아"

 

"내가 잃을 게 뭐가 있어!!!?"

 

"그동안 원수에게 복수를 하지 않으며 인내해 오며 쌓여왔던 그 덕(德)을 잃게 되니 얼마나 슬픈가? 참으로 갖기 어려운 덕이거늘..."

 

이 여자귀신이 흐느낀다. 

 

"그래, 그래. 착한 여인이여! 이제 그 큰 덕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어 극락으로 가느냐, 아니면 마음 한 번 편하고 한을 풀고자 복수하면서 그 덕을 잃고 고통에 여전히 헤매느냐 하는 갈림길이로다. 굳이 그대가 복수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으마. 그대 원하는 대로 하시게!!"

 

".........." 한동안 말이 없다.

 

"복수를 버리겠습니다. 저를 극락으로 보내주세요"

 

"그래, 참으로 고맙소이다"

 

아미타경을 천천히 읊는 동안 이 여자귀신의 마음속에는 눈부신 연꽃이 서서히 피어난다. 이윽고 왕생정토주를 듣는 동안 마음 속에 있던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사라지면서 삼계를 벗어난다.

 

이 부인은 마냥 남편의 업장을 소멸해 달라고 기도를 부탁했다가 이런 무서운 것이 숨어있는지를 알고 벗어난 것에 너무 좋아한다.

 

"그동안 부처님께 빌어왔던 것이 별 소용이 없는 줄 아셨죠? 아주머니가 빌지 않았다면 남편은 옛날에 폐인이 되거나 죽어버리고 부인 역시 비참하게 살아왔을 겁니다. 빌고 비는 것이 쌓여 마침내 부처님이 제게로 인도하여 남편을 구하고 본인도 평안하게 살게 되었으니 참으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 아닙니까?"

 

"한 때는 부처님이 원망스러웠어요. 결혼 후에 왜 이렇게 사는 것이 뜻대로 안 되나 생각하면서 절에 다니는 것에 회의심도 들었지만 그래도 마음 붙이며 늘 빌어왔어요. 이제 보니 뭘 빌어야 될지도 모르게 마냥 빈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요. 이제야 부처님이 내 비는 마음을 받아주셨던 것을 알았어요. 그러니 이 여자귀신이 복수를 단념했지요"

 

"그래요 부인이 빌어왔던 것이 남편과 여자귀신은 물론 아주머니 본인까지 구한 결과가 되었어요. 뭐 때문에 비는지는 몰라도 우리 죽을 때까지 열심히 빕시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천도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