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와서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시아버지 영가 천도를 부탁한다. 시아버지는 살아생전에 너무나 잘 생기고 능력도 뛰어나 많은 부를 쌓고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살았는데, 딱 한 가지 크나큰 흠이 있었다. 바로 결혼 직후부터 살아있는 평생 동안 수많은 여자를 탐닉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심지어 시아버지가 이 며느리 근처에 가는 것조차 말리곤 했다. 시아버지 눈에는 며느리조차 여자로 보여 괜히 며느리에게 다가가고 만지곤 했던 것이다.
이 며느리의 아들은 전생에 온갖 여자를 탐닉하다 원한을 지고 태어났는데, 심지어는 그 당시 자기 아버지의 여자마저 빼앗은 사람이었다. 이 아들은 바로 시아버지의 영적 DNA를 이어받아 태어난 것이었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였던 것이다. 시아버지 영혼을 그대로 두면 이 아들이 인연에 따른 자극을 받아 갖고 있던 그 소질이 금생에도 드러나 인생을 망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아버지 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천도재 도중에 시아버지 영가를 불러 물어보았다.
'그대의 그런 행실이 혹 병(病)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셨소?"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그러나 멈출 수 없었소. 나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었고, 힘이 넘쳐났는데, 다 이루지 못하다 보니 그 힘을 주체할 수 없었소. 그래서 그만 그런 짓을 쉬지 않고 하게 된 것이오. 우리 집안은 그런 광기(狂氣)가 흐르고 있소"
"그것이 좋았나요?"
"괴로웠소, 부인과 자식이 있는데 그로 인해 나와 멀어지고 심지어 큰 딸은 내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소"
돌아가신 후에 많은 영혼들이 자기 장례식장에 누가 오고 오지 않았는지를 안다.
영웅호색이란 말이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히 강한 정력을 타고나서 큰 일을 이루기는 하지만 넘치는 힘을 그 후에는 색(色)에 많이들 탐닉한다. 반드시 여자를 좋아하고 호색한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넘치는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소진하는 바람에 그런 것이다. 이 시아버지도 결국 치매를 앓다 죽었는데, 치매 중에도 가족친지들을 못 알아보고 여자혈연만 보면 그냥 여자로 보여 사귀려고 했으니 하니 무서운 병이다.
이 영혼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츰부다라니를 장단을 달리하며 읊었다. 그러는 동안에 이 영혼이 점점 밝아지며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병이 치료되는 것이다.
"아직도 여자 생각이 나는가?"
"마음이 사라졌으니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 이제 그대의 병이 나았으니 저 세계로 가자꾸나"
왕생정토주를 외는 동안 하늘 너머로 올라 신계(神界)에 들어갔다.
욕망을 모두 이루려면 단순히 힘만 넘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만한 복(福)과 덕(德)이 뒤따라주어야 되는 법이다. 그렇지 못하니 쌓여가는 욕구불만이 넘치는 힘을 그만 그런 쪽으로 변형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런 영혼이 천도되는 공덕이 어디 있는가를 살펴보았더니 시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사찰을 지어 시주한 공덕이 있었다. 그 공덕이 며느리를 통해 발현되어 저 세계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알다가 모를 존재이다. 극악(極惡)과 극선(極善)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욕망 그 자체보다 넘치는 힘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하자. 혹 힘이 넘치거들랑 복을 짓고 덕을 쌓는데 활용하자. 그렇지 못하면 이런 악업이 지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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