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관세음보살 가피로 시어머니 귀신이 수호신으로 변신하다.

지공선사 2024. 6. 25. 09:59

인과응보란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이 여성분은 이유 모를 남다르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고독과 남편과의 불화, 자식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다. 본인은 불자로서 수십 년간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여 늘 기도를 해 온 분이기도 했다.

이 여성분은 전생에 조선말에 개경에 살던 어느 집안 딸이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살던 어느 집안과 원수집안이 있었다. 그런데 원수집안 아들이 이 딸에게 반하여 끈질기게 달라붙어 마침내 양가부모님의 억지허락을 얻어내어 결혼을 하였다. 이른바 원수 집안간의 결합이었다. 그러면 시집온 이 원수집안의 시댁어른들은 마음을 풀고 화해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가 부부사이에 끼어들어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악독한 시어머니 노릇을 하며 원수집안에 대한 원한을 그 집으로부터 시집온 이 딸에게 풀었다. 그렇게 되어 자식도 낳지 못하고 5년이 흘러 친정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자 마침내 시어머니는 이 며느리를 내쫓고 말았다. 그리하여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난 후 오갈 데 없이 평생 홀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한 맺힌 삶을 살다가 죽었다. 살아생전 남편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생각날 정도이다.

그렇게 전생을 살다가 금생에 태어났으니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고 고독하게 살던 그 감각이 어릴 때부터 늘 살아나곤 했던 것이다. 결혼 후는 물론 앞에 말한 바와 같았다.

 

그런데 현생에 이렇게 살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전생의 원수집안 시어머니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채로 귀신으로 이 여인에게 다가와 계속 불행하게 살도록 했던 것이다. 이른바 생(生)을 이어 괴롭히는 것이다. 그렇게 전생에 무참하게 사람을 짓밟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 여인 역시 시어머니에 대한 원한을 갖고 태어나 영혼의식 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러니 세월이 많이 흐르고 각자 귀신과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어도 다시 만남이 이어졌던 것이다. 마음이 인연을 만드는 법이니 당연하다.

 

법회 날 이 여성분이 왔을 때 시어머니 영가가 같이 따라왔었다. 그때 잘못을 꾸짖어놓고 천도재를 이번에 지내게 된 것이다.

 

"그때 그렇게 괴롭히고도 모자라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으니 그대 죄가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는가? 내생에는 이 여인과 그대의 입장이 바뀌어 무서운 고통을 받을 터인데 어찌하려고 이러는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땅히 벌을 받겠습니다"

 

법회 때 나에게 꾸지람을 듣고 참회했던 것이다.

"그래? 어떤 벌을 받을 것인가? 스스로 선택하거라!"

 

"평생 괄시를 받게 되는 벌을 받겠습니다. 참으로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밝을 줄 모르고..."

 

당연하다. 천도재를 시작하자마자 용왕대신님이 광명을 밝혀 주었으니 말이다. 아마 이 귀신이 참회를 했으니 그럴 것 같다. 보통의 경우에는 나에게 큰 꾸지람을 듣고 참회한 후에 그러는데 이번만은 예외인 것이다.

 

옆에 여성분을 보고 물었다.

 

"이 시어머니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극락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듣자마자 시어머니 귀신은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게 지독하게 오랜 세월 괴롭혔는데도 자기를 극락으로 보내달라고 하니 이 여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이다.

 

"이렇게 착한 사람을 내가 그렇게 했다니.. 흑흑흑.."

 

다시 시어머니귀신에게 물었다.

 

"그대는 마땅히 법대로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대 며느리가 극락으로 보내달라고 하니 할머니는 내가 어찌했으면 좋겠소?"

 

"..... 부처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며느리 소원대로 그대를 저 세계로 보내줄 테니 대신 그대가 이 며느리와 자식들 기도를 부처님께 늘 해주시오. 어떻소?"

 

일종의 타협책을 제시한 것이다. 두 생을 이어 이렇게 죄도 없는 여인을 괴롭혔으니 그냥 단순히 극락으로 보내줄 수는 없는 법이다. 나도 이제부터 인과법을 좀 존중하려고 한다. 그동안은 그냥 내 멋대로 해주었는데 법을 너무 무시한 무법자가 되는 것 같아서 좀 지나친 생각이 요즘 든다. 내가 손오공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야죠. 당연히 그러겠습니다"

다시 덧붙였다.

 

"이 여인을 그대 몸과 같이 보고 이 여인의 자녀들을 그대 자녀로 생각해야 됩니다"

 

"암요, 암요" 연신 머리를 부처님께 조아린다.

 

이렇게 두 생을 이어온 악연이 드디어 해소되었다. 원수였던 이 시어머니 귀신은 이제부터 이 집 가족들의 수호신이 되어주게 된다. 참으로 멋진 일이다.

 

절에 가면 이 여인의 고통을 보고 스님들은 인과응보라고 말한다. 이 여인 역시 자기가 전생에  못된 짓을 많이 해서 금생에 이런 줄로 알고 있었다. 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이 여인은 본래 밝은 영혼의 소유자인데 아무 잘못 없이 그런 상황에 처한 탓에 불행을 겪었던 것이다. 그 탓에 어둠이 조금 덮이긴 했어도 그래도 아직 그 밝음을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인욕바라밀을 잘 실천했던 것이다. 그러니 여성분 역시 내가 아미타부처님께 인도할 불자의 자격이 된다.

 

나에게 이 여인을 인도할 분은 관세음보살님이시고 시어머니 귀신을 구제한 분은 지장보살님이고 용왕대신님의 광명 속에서 이 모든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천도재 전날 밤에 이 여성분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 자기가 먹다 남은 지저분한 찌꺼기를 처리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꿈은 관세음보살이 업장소멸을 해주는 꿈이다. 업장이란 인간의 행(行)이 남긴 찌꺼기이기 때문이다. 이 여성분이 해왔던 40년 기도의 최종과보인 관세음보살님 가피인 것이다.

 

이 천도재만큼 기분 좋고 전혀 힘이 들지 않은 천도재는 그동안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누가 고생을 많이 한다고 함부로 인과응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가해와 피해의 관계가 몇 생을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