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못한 숨은 인연관계

지공선사 2024. 6. 20. 09:59

이제 막 40대에 들어서는 이 젊은 부부는 참으로 이상했다. 부인은 부러울 것 없이 갖추어진 환경이고 남편은 그지없이 착하고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살 정도로 부인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 잘하고 있어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부인은 큰 이유없이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었고 남편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도 형편없이 받지 못하고 도통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부부 사이에 정이란 것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갑갑해 죽을 노릇인 것이다. 마음이 전혀 오고 가지 않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특별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뭔가 이 부부 사이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 있는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 부부에게 각자 귀신이 빙의해 있었다.

 

부인에게는 전생 남자 애인이 빙의해 있었는데, 부인이 이 가난한 남자를 버리고 부자집에 시집갔던 것이다. 남자애인은 부인을 무척 사랑했는데 배신감에 20여 년부터 찾아와서 우울증을 일으키고 남편과 정을 전혀 나누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더 기가 막혔다. 500년 전에 정혼했던 정혼녀 귀신이 와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서로 결혼하기로 약조하였는데, 결혼은 코앞에 두고 멱을 감다 익사했던 것이다. 익사한 탓에 싸늘한 한기를 뿜고 있었다. 이제 와서 이 남편을 막 데려가려던 참이다. 이른바 사랑했던 자기 낭군님이니 남자를 죽여서 같이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남자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더구나 남자는 지금 인사신(寅巳申) 삼형살 대운 한복판에 걸려있어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다.

 

부인은 전생에 돈과 명예를 쫓고 인정을 무시한 탓에 그 과보로 금생에 남편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고 일찍 남편을 잃게 되어 있었다. 이 부인의 사주에는 계축(癸丑)이라는 관(官) 백호대살이 연주와 일주에 걸쳐 두 개나 겹쳐 있었다. 여자에게 관백호대살은 남편을 위태롭게 만들고 남편을 일찍 잃게 만든다. 남편은 전생에 이루지 못한 인연을 이제 이루려는 인연의 힘에 의해 불행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잘못하지 않아도 인연에 의해 이런 불행을 겪는 경우는 흔하다.

서로가 이러니 어디 부부가 사랑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진심으로 잘해주어도 이상하게 각자 외로울 수 밖에 없다.

 

먼저 부인에게 있는 전생애인 남자를 천도시켰다. 그리고는 부인에게 돈과 출세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행복의 근본이라고 일깨워주었다. 부인은 이를 깊이 받아들이고 참회하였다. 남편이 눈물겹게 잘해주는데도 거기에 대해 감사하고 그런 남편을 한 번도 사랑으로 받아주지 못했던 자기 심성을 고치겠노라 약속했다.

 

그로부터 석달 후 부인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남편에게 있는 귀신을 천도시키는 것이다. 남편을 잃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부인의 안색이 처음 볼 때와 전혀 딴 판이었다. 그때는 전혀 밥도 못 먹고 굶으면서 지내느라 시체 같은 얼굴이었으나 지금은 아주 안색이 좋고 생기가 돌며 바짝 말랐던 얼굴이 통통하게 보기 좋게 변해 있었다. 그 심한 오랜 우울증은 어디 갔는지 싹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기분은 결혼 후 처음이라고 한다. 얼굴이 싱글벙글한 웃음으로 흘러넘친다. 같이 왔던 친정어머니도 딸이 이렇게 변해 아주 기분이 좋고 다행이라고 하신다.

 

남편에게 있던 정혼녀를 이제 천도시킨다. 그 당시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50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이렇게 결합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인연은 참으로 질기고 무섭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혼녀 귀신 왈,

 

"500년이나 기다려 이렇게 고결하고 아름다운 낭군님과 같이 살려고 와서 이제 막 같이 좋은 세계로 가려고 하는데 무엇이 잘못입니까? 이 지저분한 세상 속에서 낭구님이 고통받고 더러워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그 말이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지금 부인과 아이들은 어쩌겠는가? 이 부인 입장 에서 한 번 생각해 보라!"

 

귀신이 엄청난 힘으로 발버둥 치며 빠져나오려고 한다. 부동근본인으로 귀신을 꼼짝 못 하게 만들어놓고 츰부다라니를 쳤다. 그리고는 벼락같이 외쳤다.

 

"그대와 낭군님은 서로 만나기 이전에도 본래 한마음이었고 지금도 한마음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한마음이거늘 어찌 따로 마음을 내어 이렇게 힘들어하는가?"

 

여자귀신이 깨달았다는 듯,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낭군님을 데려갈 필요도 없지요. 먼저 가겠습니다"

 

본래 교양 있는 양반집 규수였던지라 빨리 깨닫는다.

"그래, 그래야지. 그대 먼저 극락에 가서 기다리게, 그대 낭군님은 천수를 누리고 그대에게 내가 데려다 줄 터인즉 걱정 말거라!"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밝은 빛을 살아생전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미타불께서 법당에 와 계신지라 당연하다.

 

"그 빛이 본래 그대의 마음이요, 낭군님은 마음이고 나와 우리 모두의 한마음이니라!.. 다냐탸 옴 아리다라 사바하..."

 

아미타불진언을 외우면서 천도를 끝냈다.

 

부인이 인연의 엄중함을 이제 깨닫는 것 같았다. 떠났걸랑 연연하지 말고 만났걸랑 잘해주어야 하는 것이 인연이 아닌가? 이제 진정으로 사랑을 하는 부부가 되어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