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여성이 극심한 신병을 앓자 상담을 하러 오다
40대 초반의 이 여성은 10여 년 전에 나를 찾아왔었다.
그때 일본으로 돈 벌러 떠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장 돈이 없어 국내에서는 딱히 돈 벌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주를 보면 온통 물바다 사주라서 바다 건너 물을 활용할 일을 한 번쯤 해봐야 그 기운이 해소될 것인지는 알지만,
나는 거기서 어떤 일을 겪을지 훤히 보기 때문에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방문한 것이다.
반가웠지만 얼굴을 보니 예전의 그 팽팽한 피부와 생기가 사라지고 여전히 결혼하지 않았지만 실제 나이보다 더 들여 보였다.
그런데 특이한 하소연을 한다.
얼마 전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두통이 너무 심하여 미칠 지경이고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숨쉬기도 힘들어 헉헉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온갖 감정이 분출되고 도무지 어찌할 줄 모르는 심리상태라는 것이다.
병원 정신과에 가니 공황장애라는 것이다.
두통약부터 온갖 약을 처방받고 심리치료까지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그동안 잘못 살아왔다고 후회하며 새 삶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새 삶은 고사하고 그냥 폐인이 되어 인생이 끝장나게 생겼다.
조상할머니 신령이 무당으로 만드려고 와 계셨다.
이 여성에게는 흔히 말하는 신(神)이 와 있었다.
조상할머니 신령인데, 굉장히 화가 나 있다.
왜 그런가 하니, 이 여성이 '이러고 사느니 차라리 무당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을 한다.
그래서 이 여성을 무당을 만드려고 신병, 무병(巫病)을 일으키는 것이다.
가끔 바르게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신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일을 하지않고 빈둥빈둥 세월을 보내거나 혹은 윤리도덕에 다소 어긋나게 사는 경우인데, 대개 이렇게 살지 못하게 만드려고 강제로 무당을 시키기 위해 신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경험적으로 보면 이런 사람들에게 신이 와도 제대로 무당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세계 속에서 왜곡되고 만다.
그런 데다가 이 여성은 자기는 절대로 무당을 할 수 없다면서, 무당을 하면 살아있는 어머니가 충격을 받고 어머니에게 죄송해서 별 면목이 없다면서 구해달라고 울면서 사정한다. 무병의 그 끔찍한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게 되어 있다.
너무나 감정이 격해져 살려달라고 매달리기에 하루이틀 더 생각해 보고 마음의 중심을 굳게 잡은 후에 다시 보자고 그냥 돌려보냈다.
진짜 일은 감정이나 매달리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왜냐하면 여기서 벗어난 뒤에 꾸준히 살아갈 수 있는 정도의 굳은 결심과 정신은 이 상황에서 자기중심을 잡은 그 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여성에게 와 있는 신은 악령이 아닌데, 내가 굳이 개입해야 될 정당성은 별로 없다.
며칠 지난 뒤 천도재를 지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결국 신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로 했다.
이 여성은 봉사하는 직업을 가지려고 시험에도 합격하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 점을 고려하기도 했다.
신령할머니와 귀신무리를 천도하는 천도재를 지내다
이 여성에게 와 있는 신령할머니와 많은 귀신 무리들을 천도하는 천도재를 지낸다.
이 할머니 신령이 용왕신을 모셨던 터라 <용왕의 서>를 읊으면서,
"조상할머니, 이 여성이 이제라도 지난 일을 참회하고 바르게 살려고 애쓰니 한 번 기회를 줘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무당을 시키더라도 전생에 해본 적이 없어서 잘할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오"
"저같이 미천한 것이 뭐 할 말이 있겠습니까?"
이 조상신은 그래도 나를 조금 알아 보아서 이런 말을 한다.
이 조상신은 조선시대에 무당을 한 바 있다.
* '무속인'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 '무(巫)와 '무당(巫堂)'과 그 파워를 격하시키고 미신화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단어로서 반드시 폐기처분해야 된다.
실제로 신령을 모시고 귀신과 사람을 구제하는 고귀한 영매로서의 이름인 무당(巫堂)의 본질을 없애고 단순히 '미신적이고 속된 풍속을 행하는 속인'으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무속인 이란 용어로 비하된 것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민속학자 이능화 씨가 '조선무속고'를 저술하면서 신을 대리하는 무당 대신 '무속인'이라는 말이 점차 퍼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조상할머니의 가련한 의식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검지손가락을 곧추세워 허공을 향해 찌르면서,
'암! 밤! 남! 함! 캄!
아! 바! 라! 하! 카!"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과 응신불(應身佛)인 노사나불의 위신력을 이 할머니신에게 부여했다.
그리고는 허공에 만자(卍字)를 그리면서
"아~ 라~ 바~ 자~ 나~"
를 외치며 화신불(化身佛)인 석가모니불의 자비심으로 할머니 몸에 만자를 새겼다.
그 순간 할머니 몸이 빛나면서 크게 외친다.
"아!! 미천한 것이 귀한 것이 하나군요!"
드디어 그 살아계실 당시의 그 이후 지금까지 수백 년간 마음속에 품어왔던 '나는 미천한 존재'라는 슬픈 상념이 소멸되었다.
아울러 <천함>과 <귀함>이 둘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나에게 허리를 연신 굽신거리며 감사해한다.
그리고는 정토주를 외는 동안 할머니는 극락으로 들어가셨다.
불교가 진리라는 사실은 실전에서 늘상 경험한다.
귀신들의 청정한 마음을 밝혀주면 늘상 나오는 말이 <불교에서 가르치는 진리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신들이 비로소 부처님과 신과 그 세계를 본다.
천도재가 끝나자 극심한 신병이 사라지다
이 힘든 천도재가 끝나자 마자,
이 여성이 겪고 있던 극심한 신병 증상들이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신기한 일을 경험했으니 다시는 그릇된 길 -자기 자신을 스스로 불행하게 만드는 길-을 가지 않겠노라고 나에게 다짐한다.
이 여성은 이전에 나를 알고 나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굳어 있어서 그런지 간단하게 끝났다.
"선사님은 어느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의 화신이 틀림없어요"
사실 여부를 떠나 나를 '신의 화신'으로 알고 있어서 참 재미있는 여성이다.
나는 모든 사람을 신(부처)으로 여기고 있는데 말이다.
이 여성은 이제 무당 대신 봉사의 길을 잘 나아갈 것이다.
6도 만행을 잘 이어나가기를 기원한다.
나무 용왕대신
나무 지장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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