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결혼 못하는 남자와 처녀귀신의 안타까운 사랑

지공선사 2024. 7. 8. 10:22

결혼 못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찾아오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와 대기업에 다니며 잘 나가고 있는 이 멋진 남자는 나이 마흔이 다 되었는데 늦도록 결혼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으니 많은 여자들이 붙었으나 번번이 사이가 틀어졌다. 하나뿐인 이 아들에 대해 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게 와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이미지출처: 생성형AI Dall-e 3

 

이 청년은 전생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결혼을 얼마 앞두고 이 여자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던 것이다. 그 여자가 사랑하는 서방님을 찾아와 같이 살고 있으니 그대로 두면 평생 노총각으로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둘의 사랑에 끼어드는 것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대로 두면 이 집안의 대가 끊길 판이었으니 말이다.

 

처녀귀신의 천도재가 시작되다.

이 여자영가를 천도시켜야만 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보내면 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억지로 하면 부작용이 생기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3자인지라 그때 못 이룬 사랑을 이루고 있는데 내가 끼어들어 보낼 명분이나 자격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로지 스스로 이 여자가 떠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아주 못된 귀신이면 그냥 쫓아버리면 되니까 내 입장으로 보면 더 낫고 힘든 일도 아니다. 이 여자는 그 당시의 한(恨)도 깊다. 물에 빠져 죽은 처녀귀신이었으니 당연하다.

이미지출처: 생성형AI Dall-e 3

 

여인이 내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천도재 전에 미리 만나 나를 보았기 때문에 저항을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염불과 아미타경을 천천히 나지막하게 읊고 나자 허공에 찬란한 빛이 등장한다. 아미타부처님께서 이 자리에 오셨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데,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괴로우니 사랑은 영원한데, 어이하여 반갑고 괴로운 마음이 불쑥 생기는가?"

 

"본래 하나인데 둘로 나뉘어져 있어서 그렇지요"

 

대뜸 법답게 한마디로 반문한다. 살아생전 불자(佛子)였던 처녀였다.

 

"영특하구나! 그런데 본래 하나인데 어이하여 둘로 나뉘어졌는고?"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나뉘어진 반을 찾으면 다시 하나가 되는가?"

 

".... 저더러 떠나란 말씀이지요?"

이미지출처: 생성형AI Dall-e 3

처녀귀신이 본래 부처임을 깨닫는다.


"그게 아니야, 그대 자신을 알라는 말이지. 반갑고 괴로운 마음속에서 그대 자신은 어디에 있는고?"

 

"제가 저 빛 속에 있습니까?"

 

허공의 빛을 쳐다보며 내게 묻는다.

 

"저 빛 속에 어찌 그대만 있겠는가? 그대 신랑과 모든 사람과 일체 미물들까지 한 몸 한마음으로 저 빛 속에 들어있지!"

 

빛 속에 들어가 있는 자기 자신과 이 신랑의 모습을 본다. 대개 여기서 저 세계로 들여보내주지만, 나는 이 여인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고 미안한 탓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대가를 아주 크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도를 조금 더 나아간다.

 

"자, 이제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여인도 부인도 아닙니다"

 

이 남자로부터 벗어났으나 아직 인간의 성품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물었다.

 

"이제 더 이상 여인도 부인도 아니니 그대는 누구인가?"

 

".... 떠나는 사람입니다"

 

이 여인이 빛을 봤으니 더 이상 집착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자기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러나 이렇게 보낼 수 없다. 완벽하게 이 세계를 벗어나게 해 주려면 인간의 의식을 일체 소멸시켜야만 한다. 인연을 끊고 벗어나기가 그래서 어렵고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미지출처: 생성형AI Dall-e 3

"아니야, 그대는 떠나는 사람도 아니야. 떠난다면 다시 "오는 것"이 있게 되니 그대는 떠나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다시 오는 사람이 되고 만다. 본래 오고 가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는 '옴마니반메훔'을 크게 읊어주면서 빛과 하나 된 이 여인 속에 모든 존재가 담겨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부처입니다"

 

묻자마자 바로 이 말이 튀어나온다. 마침내 자기 자신을 깨달았다.

 

"그래, 그래, 이제 되었구나! 이제는 자기 자신을 잃고 영원히 방황하지 않으리!"

이미지출처: 생성형AI Dall-e 3

 

한 맺힌 처녀귀신이 부처로 탄생되어 저 세계에 났다.

 

그리고 이 아들도 결혼을 하게 되어 이 집안의 대를 이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