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결혼을 막는 조상업장을 해소하다.

지공선사 2024. 2. 29. 11:09

한(恨)이 깊이 박혀 복수를 하고 있는 할머니 영혼을 천도하는데 이 영혼이 마지막에 내게 부탁한 말이다.

 

천도재를 시작하여 염불을 하면서 지장보살님을 청하고 귀신을 위로하는데, "그런다고 내 마음이 바뀔 줄 알아?" 하고 큰 소리치며 저항한다.

 

"그럼 우리 내기를 할까? 그대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내가 죽고 그대 마음이 바뀌면 그대가 죽는 걸로 하자"

 

아주 특별한 경우에 천도시켜야 되는 귀신들하고 즉석에서 내기를 하는데, 대개 나는 내 목숨을 건다.

상대방이 귀신이니 그 외 따로 내기에 걸 것이 없어서이다. 다행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내기에 져 본 적이 없어서 아직 살아 있다. 그래서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부처님께 늘 감사한다.

 

어쨌든 귀신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한을 버리도록 해야 되는데, 그 한이 워낙 깊이 박혀 있어 쉽게 겉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참 힘들다. 차라리 한을 드러내고 공격하면 쉬운데 마치 철갑옷을 두른 듯 자기 자신을 완전 방어모드로 바꾸기 때문이다.

 

츰부다리니를 빠르고 느리게 여러 번 반복하면서 굳어버린 마음을 조금 흔들어 놓았다. 리듬에 변화를 주면서 빠르면서 강한 소리와 느리면서 강한 소리를 번갈아 보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파지옥진언을 요령을 흔들면서 5분 정도 집중적으로 외자 그제서야 깊숙이 새겨진 한을 토로한다.

 

"나와 자식들을 ** 해 놓고 너 아들이 장가를 잘 줄 알아?"

 

이 집 아들이 결혼식 당일 날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아서 큰 난리가 나고 그 뒤 2년이 지나도록 결혼을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약 10여분 동안 법문을 하여 마음을 돌리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지장경에 있는 '지옥명호품'을 들려주고 이어 아미타경을 들려주고 난 뒤에 지옥으로 갈지 극락으로 갈지 선택하라고 했다.

 

이 영혼이 한참동안 망설이고 있는 동안 나는 미리 부적을 적어 덮어두었던 팥이 담긴 그릇을 가져와 그릇안에 있는 팥을 소리내어 쥐었다 저었다 하면서 결심을 기다렸다.

 

귀신에게 겁을 주는 것이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는데,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귀신이 도무지 묵묵부답이었다.

 

10여분이 지나자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워 내 본래 모습을 슬쩍 보여 주었다. 그러자 이제서야 귀신이 벌벌 떠면서 두려워한다. 내가 직접 나를 보여주기 전에는 어떤 귀신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이 때 동시에 법문이 분노를 머금고 내 입에서 큰 소리로 흘러 나온다.

 

"죽는 것도 하찮은 일이거늘 살아생전 그런 하찮은 일을 당했다고 이렇게 하면 되겠는가? 그대가 하고 있는 복수 역시 하찮은 것이야!"

 

이어 약 10여분간 목탁을 치면서 법문을 퍼붓자 그제서야 마음을 바꾼다.

 

"미안합니다" 하고 지장보살님께 머리를 조아리며 참회한다.

 

천도재를 시작한지 1시간 30분여분 만에 내가 내기에 이겼다.

 

이제 처음에 한 약속대로 이 귀신을 죽여야 한다.

 

그런데 귀신이 갑자기 하는 말, "그럼 문을 열어주시겠소?"

 

저승에 가는 것을 하늘문이 열려야 들어갈 수 있다는 관념을 가진 탓이다.

 

지장보살님께 청하자, 이 어둡던 영체가 밝은 빛으로 바뀌면서 순간 차원을 달리하여 극락 속에 존재한다. 참 신비롭다. 시공(時空)을 초월한다는 말을 머리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극락이든 천국이든 이름이 무엇이든간에 저 세계에 가는 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문(門)은 바로 그대 자신이다.

 

이것을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표현하셨다. 예수님 당신만을 말한 것이 아니라 만인이 그렇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인데, 글로 옮겨 놓다보니 말 표현 그대로 예수님만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된 것이다. 앞으로 천년 정도 지나면 서양인들이 이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석가모니불께서는 '오고 감이 없다'고 표현하셨다. 자기가 바로 문이니 어디를 오고 가겠는가? 내면에 극락과 지옥 등 모든 것을 다 품고 있는데 말이다. 단지 어느 것을 자기 자신으로 선택해 살아가고 내보일 것인가 하는 것만 있을 뿐이다.

 

천도를 시키는데 한을 풀고 어디 좋은 데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주 저차원에 속하는 것으로 진짜 천도를 시킬 수 없다. 천도(遷度) 뜻은 바로 존재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설정해놓고 어디로 가고 오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해탈한 대선사들은 이런 차원에서 천도를 시켜 주었는데, 이런 천도를 할 수 있으려면 천도시키는 사람이 이런 차원에 있어야 된다. 즉, 본인의 영혼이 인간의식을 넘어서 저 세계와 하나로 되어 있어야 한다.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차원에 자기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귀신도 복수심에 불타던 자기 자신을 죽이고 본래의 밝고 아름다운 존재로 돌아오면서 동시에 이 사실을 깨달았다.

 

힘이 들었지만 귀신을 잘 죽이고(기존의 귀신은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니까), 잘 살려준 하루였다. 이 집안 4대째 내려오던 업장이 해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