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를 시켜주다 보면 참 이쁜 귀신이 있다. 처음에는 분노와 원한으로 무섭게 복수하지만 염불과 법문을 듣고 자기 잘못을 깨우치고 예쁜 말을 한다.
"용서하고 안하고가 어디 있나요?"
참 듣기 좋은 말을 한다. 비록 전생에 자기를 죽인 사람이지만 자기 자신을 깨우치면 이런 말과 마음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가 어둠 속에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 천도재를 지내며 귀신에게 한 법문 가운데 기억나는 것을 잠깐 옮겨본다. 왜 그러냐 하면 미리 생각하고 지어서 하는 법문이 아니기 때문에 난 후에도 나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둠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상대방인지 상대방이 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야!" (요령 한 번 울리고)
"어둠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상대방을 죽이는지 상대방이 나를 죽이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이야!" (요령 한 번 울리고)
"어둠이 무엇인지 아닌가?"
"내가 죽이는 것인지 죽는 것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이야!" (요령 한 번 울리고)
"어둠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이야!" (요령 한 번 울리고)
"어둠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이야!" (요령 한 번 울리고)
"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같이 뒹굴다가 불행히도 내가 죽음을 당한 것이지.. 그런데 그것을 불행이라면 내가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 행운인가? 그렇다면 살생의 큰 죄악을 짓는 것이니 더욱 큰 불행이 아닌가? 그대가 죽고 상대방이 산 것을 모두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알거라!" (요령 한 번 울리고)
"이런 일이 생긴 것은 그대와 이 사람이 서로 악연이 얽혀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 어둠 속에 있어서 생긴 일이지. 그렇지 아니한가? (요령 한 번 울리고)
"......"
"그러니 어둠 속에서 나와 이제 그만 이 사람을 용서해주시게나!"
귀신이 묵묵부답 한참 있다가 한 마디 내뱉은 말이 바로 "용서하고 안하고가 어디 있어요?" 이다. 그리고는 밝은 빛으로 화(化)하면서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용서하께요"보다 더 차원 높은 말이 바로 "용서하고 안하고가 어디 있어요?"이다.
오늘 천도재를 지내면서 이 한마디 외엔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여자귀신은 처음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마음 속에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툭툭 털어버리자.
기독교의 사랑은 용서하는 것이고 불교의 자비는 용서하고 안하고조차 없는 것이다. 본래무(本來無)로 돌아가는 불교는 용서하는 자기의 흔적을 남기는 기독교와는 진리의 차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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