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옥황상제를 칭하는 왕족귀신을 구제하다.

지공선사 2024. 4. 11. 10:12

한 여성분이 몇 년 만에 다시 왔다. 최근 한 달간에 집안에 이상한 현상들이 생겼다. 현관의 센스 등이 저절로 켜지고, 형광등을 꺼도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가 하면, 시계가 잘 돌아가다가 갑자기 444라는 숫자를 가리키기도 하는 등 공포영화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여성분의 몸에 여러 이상 현상들이 생겨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귀신임을 직감하고 내게 급히 연락하여 다음날 오라고 하였다. 남편이 이제야 겨우 힘들게 사회에 나가 취직하여 자리를 잡고 있는데 방해하고 있으니 또 실업자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회사에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귀신을 불러 천도를 시키는 중이다. 자칭 자기를 옥황상제라고 칭하였는데, 여러 명의 수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신라 때 왕족이었는데, 1000년 정도 된 영혼이었다. 경주에 머물다가 이 여성분에게 신내림을 받으라고 서울로 온 것이다.

"옥황상제께서 어찌하여 이 땅에 오셨는지요?"

 

"인간들이 불쌍해서 도와주러 왔다!"

 

"그런데 어찌 이 집 식구들을 괴롭히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지요?"

 

"내 아랫 것들이 좀 그랬지, 내가 왔다는 걸 알려주려고 말이야!"

 

왕족인지라 자기와 같이 있는 영혼들을 아랫것이라고 부른다. 보통 당귀들과 달리 힘도 강하고 밝으며 기품이 넘치고 점잖은 당귀였다. 이런 당귀는 우리나라에 그리 흔하지 않다. 신내림을 하는 당귀들을 보면 거의 다 저질이고 어두우며 어리석은 잡귀신들이다. 그런데 이런 당귀를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면 그래도 상당히 고품질의 괜찮은 무당이 되고,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일반무당을 넘어서 점사만 아니라 법문도 할 수 있는 법사로서의 권위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공수가 그대로 법문이 되는 무당은 아직 못 보았다. 인간이나 인간귀신의 소리는 법문이 아니다. 무당을 만들려고 오는 모든 귀신들을 예외 없이 극락으로 천도시켜주고 있지만, 이런 영혼은 누가 좀 모셔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루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천도시키기에는 아까운 당귀이지만 어쩌겠는가? 내 법당에 머물러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요청해도 싫다고 한다.

 

"모든 존재는 자기 자리가 있는 법이지요, 아미타불은 극락에 있고, 산신은 산에 있고, 고래는 바다에 있고, 인간은 이 지구에 있고, 옥황상제는 자미성에 있는 것이 맞지요. 그런데 옥황상제께서 이 땅에 오셨으니 자기 자리를 벗어난 것이지요. 아무리 우리를 불쌍하게 여겨 구해주러 오셨어도 그대는 이 땅에 어울리지 않고 있을 자리도 아니지요. 그렇지 않소?"

 

"그럼 측은지심이 나쁘다는 것인가?"

 

대뜸 이렇게 말한다. 과연 품격높은 귀신은 사용하는 용어도 역시 다르다. 인간을 불쌍하게 여겨 내려온 것이 잘못된 것인가를 되묻는다.

 

"그렇지 않지요. 불쌍한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인가요?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그대는 자신을 신이라고 하는데, 이 땅과 인간에게 오고 싶은 마음을 가진 분은 신이 아니지요. 신은 신의 자리 그 자체로 모든 것이 구족 되어 있으니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이 땅에 온 그대는 신이 아닌 셈이지요. 그렇지 않소?"

"... 그건 그래. 내가 조~금 타락했지!"

 

참,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저 세계로 보내기에는 아까운 당귀이다. 이런 수준의 영혼이 인간세상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락했다'는 말은 못되거나 악한 마음을 갖거나 악행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머물고자 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낸 것을 뜻한다.

 

"그럼 이 땅에 오기 이전의 그대 본래 모습은 어떻소?"

"신이지!"

 

"그럼 신의 마음은 어떻소?"

 

내가 슬쩍 떠본다, 당귀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 아무 것도 없지!"

 

무심(無心)의 차원을 이해하고 있는 영혼이다. 이 영혼을 붙잡아 공부를 조금 더 시키면 성불할 수도 있는 영혼이다. 그런데 내 곁에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니 내가 오히려 별 볼일 없는 선사이다. 영혼이 옆에 있어도 편하게 느껴야 할 텐데 말이다. 나도 아직 한참 모자란다.

 

"그렇소, 신의 마음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인데, 그대는 측은지심을 내세우고 또 인간이나 그대가 데리고 있는 분들을 아랫것이라고 부르니 높고 낮은 지위와 계급의식에 매여있지 않소? 이제 그 마음 이전의 본래 마음자리로 돌아가서 극락으로 올라들 가시오. 그러면 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진정 마음에 아무것도 없게 되거들랑 그때 이 땅에 와서 불쌍한 인간들을 도와주시오!"

 

"일깨워줘서 고맙소!"

 

모두 극락으로 들어간다.

 

심한 영매체질인 이 여성분이 예전에 당귀에게 시달리다가 내게로 왔을 때 벗어난 뒤로 오랜만에 당귀가 왔는데, 완전히 수준이 다른 당귀가 온 것이다. 그동안 부처님께 의지하며 업장소멸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을 밝게 가꾸니 그런 것이다. 

귀신은 그 사람의 마음과 영적 수준에 맞게 온다. 자기가 더러운 인간의 욕망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높은 신을 원해도 오지 않게 된다. 쌍방이 매치되는 것이 법이다.

 

이 당귀가 "예전보다 참 좋아졌어!" 라고 이 여성분에게 말한 기억이 난다.

 

귀신이 봐도 인정할만큼 이 여성분과 남편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