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자식을 많이 놓아 많은 인연에 매이게 된 할머니

지공선사 2024. 4. 9. 10:06

한 할머니 영혼을 천도시키는 중이었다. 6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배우자와 자식 등을 데리고 와서 빼곡히 앉아 있다. 그리고 2년 전에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영혼도 불러 같이 천도시키는 중이다. 할머니는 살아생전 불자로서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 모두 각자 역할을 하면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천도재를 지내면서 할머니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자녀를 너무 많이 낳았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됨으로써 자기가 많은 인연에 알게 모르게 매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비록 몸이 사라졌어도 자녀 하나하나에 대해 생각하고 화도 나고 걱정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귀신의 눈으로 보면 살아생전에는 미처 못 보았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자녀들이 외형적으로는 잘 살아도 돌아가신 분은 더욱 힘든 것이다. 6남매가 서로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서로가 체면과 자존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더욱 가슴 아프다.

살아서도 대개 그렇지만 죽고 나서 귀신이 되어서 보면 남은 자식들이 더욱 한심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식에게 매여 이 세계를 떠나기 어렵게 된다. 죽고나면 자식이고 뭐고 없이 그냥 훌훌 떠나겠다고 결심을 굳힌 노인들이 많지만 살아서와 마찬가지로 어디 죽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할머니에게 "자식들 마음이 그런 것은 그들 마음이고 할머니의 이 마음은 어떡하겠소?"하고 물었다.

 

"버려야지!"

 

살아 생전 불자답게 말한다.

 

그런데 어디 자기 마음이 칼로 두부 자르듯 되는가?  살아생전 이미 끊어졌어야 되는 법인데, 그것 또한 부모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자식들도 아쉬워하고 있어 할머니 음성을 좀 들려주고 할아버지와 함께 극락으로 인도해 드렸다.

그리고 며칠 뒤 어느 신도 한 분이 넷째 자녀를 가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미 업장을 상당 부분 소멸한 후에 온 영혼이라 괜찮았다. 이것은 기쁨이다.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서 키운다는 것은 생명체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비록 죽고 나서 후회할망정 말이다. 그러니 죽고 나서 후회하지 않도록 잘 키우고 또 사랑을 넘어 집착이 되지 않도록 자기 마음을 경계하면서 키우면 좋은 일인 것이다.

 

일주일 사이에 두 집안의 자식들을 두고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