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 천도

지공선사 2024. 6. 11. 19:28

내게 오는 거사님 한 분이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두었던 북한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이 어머니는 6.25 때 딸 셋과 함께 북한에 남겨졌다. 이 거사님은 홀로 월남한 부친이 재혼하여 낳은 아들이다. 가족이 함께 만나 월남하기로 했는데 길이 엇갈려 그만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늘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부인과 딸 셋이 마음에 걸려 하였는데, 최근에 자꾸 강하게 생각난다는 것이었다. 연세로 보면 이미 초고령의 할머니가 되어 있는 이 어머니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생사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연세를 추정해 보면 아마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커서 천도를 해드리려는 것이다.

 

내가 살펴보니 90이 다 된 이 할머니는 최근 석 달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마 이 거사의 마음에 예전보다 더욱 강하게 걸렸던 것이다. 이 거사의 영혼이 할머니의 죽음을 부지불식간에 느낀 것이다. 죽은 후 여전히 북한에 계시던 할머니 영혼을 불렀다. 나는 이 지구상에 어떤 영혼이든 호출할 수 있는 힘이 조금 있는 사람이다. 국경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상태를 보니 머리가 깨지고 몸이 아주 아파보였다.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보니 부엌에 나오다가 그만 넘어져 머리를 다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가족 상황에 대해 물어보니 딸 셋 가운데 둘은 평양에 살고 있고 비교적 사는 형편이 괜찮은데 막내딸 oo은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재혼을 하지 않았는데 통일이 되면 월남한 남편을 보려는 집념 하나로 최근까지 악착같이 죽지 않고 살아왔다고 한다. 홀몸에 딸 셋에 북한 형편을 보면 그 고난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남편은 재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남편이 너무나 보고 싶다고 운다. 그래서 일단 이 거사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으며 천도재 하는 날까지 계시다가 오시라고 보냈다. 비록 직접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나은 자식이기에 잠시나마 같이 있는 것이 위안이 될까 봐 그랬다.

 

그런데 이것이 내 실수였다. 며칠 후 천도재를 지내러 같이 온 부인이 며칠동안 중병을 앓았던 것이다. 허리가 뒤틀려 꼼짝을 못 하고 머리고 깨질 듯이 아파하며 왔다. 갑자기 중병에 걸린 것 같아서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원인은 할머니가 이 부인의 몸속에 들어가서 생긴 현상이다. 할머니 영혼의 몸 상태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나는 할머니 영혼에게 집에 있으라고 했지 몸속에 들어가 있어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럴 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원인은 이 할머니라서 천도시켜드리고 나면 말짱해질 터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천도재를 시작하자마자 할머니가 울음을 펑펑 터트린다. 영감이 보고 싶다고 말이다. 거사님의 돌아가신 부친 역시 남한에서 재혼한 부인과는 아주 사이가 좋지않게 살았다고 한다. 북에 두고 온 부인을 마음속에 품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극락으로 인도해 드렸다. 죽은 후에야 비로소 남편을 만나고 극락으로 영원한 신혼여행을 간 것이다. 영원한 사랑을 이루었다.

 

그리고 나자 부인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졌다. 그렇게 심하게 아픈 것들이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듯이 말이다. 부인도 참 신기하다고 했다. 이러니 영혼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도 멀쩡하고 엊그제 1박2일 사찰순례도 다녀왔다.

 

남북한 분단의 비극은 영혼세계에서 보면 더욱 더 큰 비극을 낳고 있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이런 비극이 사라질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