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며느리에게 가혹한 시어머니와 원수같은 남편이 된 원인

지공선사 2024. 6. 13. 10:41

환갑이 넘은 엄마와 시집간 딸 둘, 장성한 아들 하나로 되어 있는 이 가정의 원수 같은 존재는 다름 아닌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이 남자는 평생 돈 한 번 벌어주지 않는 것은 물론 말만 꺼내면 자기 어머니에게 부인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평생 강요하였다. 그러니 며느리가 아무리 올바로 잘하더라도 온갖 부당한 수모를 겪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자식을 찾지도 않는 것은 물론 엄마 홀로 고생을 많이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더군다나 이 엄마의 시어머니는 이 며느리는 물론 다른 며느리에게도 평생 터무니없는 저주를 퍼부으며 마치 영화에서의 올가미보다 더한 짓을 해왔다. 당연히 가족의 마음 한구석에는 슬픔과 원한이 깊이 고여있다. 어쩌다가 이 집안에 남자가 오면 시어머니 얘기를 꺼낼까 두려워 말 한마디 없이 식사를 하며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참으로 이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시어머니인 것이다.

아무리 황당한 일이라도 모든 일에는 그에 합당한 원인이 있는 법. 원인 또한 당연히 황당했다.

 

이 남자에게는 전생부인의 영혼이 있었다. 이 남자는 그 시절에도 가족에게 돈을 벌어 주지 않고 내버려두어 결국 처자식이 굶어 죽는 비극을 겪었다. 그러니 이 전생부인이 얼마나 원한이 깊겠는가? 자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 자식을 그렇게 만든 것은 절대 용납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와서 가정의 행복을 이루도록 내버려 두지 못했다. 이 남자에게 하는 복수는 당연히 금생의 처자식에게 자기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겪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 남자가 비록 금생에는 가정의 행복을 느끼고자 성실하게 가장으로서 지내려고 해도 전생의 인과가 엄중한지라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혼 후에 남자가 하는 일이 모두 망가지며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시어머니는 젊은 시절 청산과부가 되어 아들들을 홀로 키웠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남편이 일찍 죽었는데, 바로 시어머니의 남편의 전생 첩 영혼이 와 있었던 것이다. 이 첩은 살아 생전 가족대접은 물론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한 채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였다. 이 첩 영혼은 바로 이 엄마의 시어머니에게 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어머니에게 빙의하여 이 집안에 들어오는 며느리들에게 자기의 살아생전 한풀이를 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 시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잃은 탓에 아들들에 대한 집착이 엄청났으니 한 많은 첩 영혼과 시어머니의 결합은 최악의 불행을 야기하였던 것이다. 아들이 이 어머니로부터 환갑이 넘어도 벗어나지 못하고 지배당하며 부인에게 고통을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집안은 며느리들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전생부인과 첩 영혼을 천도시켰다. 첩 영혼의 소원은 어처구니없게도 괴기(고기:해남 쪽에서 쓰는 방언)를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살아 생전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불쌍해서 갈비를 구워 법단에 올려주었다. 이 가정은 모두 전라도 집안이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버지가 평생 외면하던 아들을 말없이 다가와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 따뜻한 느낌이 어린 시절 잠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돌아가다가 한 번 만나고 가라는 딸의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려 달려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입만 열면 복종하라고 꺼내던 할머니 얘기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 역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신기한지 즐거워하면서도 놀라워하고 있다.

이제 정상적인 가정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큰 불행을 겪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기 이전에 불행을 겪은 사람이 다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가져야겠다. 나아가 가정에서 불행한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서로 힘을 합쳐 잘 헤쳐나가야 하겠다.

 

얼마나 세월이 더 지나야 전생의 첩들이 가진 원한으로부터 산 사람들이 모두 벗어날까? 얼마나 세월이 더 지나야 가정에서의 책임 망각이 큰 불행을 내생(來生)까지 불러온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까? 어쨌든 다행히도 부처님을 만나 아버지를 구원하고 아버지의 집안도 구원하고 자기 자신들도 깊은 한을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모두 부처님의 크나큰 자비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