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연인 사이가 현생에서 여자는 태어나고 남자는 아직 귀신으로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사람과 귀신과의 사이에도 그렇다.
태어나면 둘 다 태어나거나 아니면 둘 다 귀신으로 있거나 하면 좋을 것인데.
노처녀에게 전생 연인이었던 사람이 귀신으로 왔는데, 태어났으면 참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 부부인연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태어나지 못하고 만났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별로인 남자들만 주변에 가끔씩 생기는 이 노처녀는 이 귀신과 같이 살지도 못하고 또 그대로 두면 결혼은 더더욱 못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천도시켜 주어야만 했다.
몇 개월동안 이 여자는 꿈에서나 절에 놀러 가서 기도할 때 낯선 남자영혼을 여러 번 보기도 했는데 바로 이 남자귀신이었던 것이다.
귀신으로 있는 남자영혼의 천도재를 열다.
염불을 잠깐 하고 나서,
"그대는 이제 어떻게 하려는가?"
"여기저기 다니다가 이 애인을 보게 되었지요. 그때 정을 깊게 나누었는데 해코지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요"
"만나고 헤어지고 하면서 인연줄을 따라 끝없이 흘러가니 어디서 그렇게 그대의 길을 찾으려는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어디로 갈지 한 번 볼까?"
"자, 그대의 갈 길은 어디인가?"
"천지(天地)가 길입니다"
"그래 천지가 모두 열려있는 길인데 그 속에서 그대가 천지와 별개로 따로 마음을 가지는 바람에 그대 자신을 그 속에 스스로 가두어왔지. 천지의 마음이 곧 부처님의 마음이고 부처님의 마음은 곧 모두가 나와 둘이 아니라는 것이지. 이제 깨달았으니 천지 속으로 들어가자꾸나"
"인연을 만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또한 쉽기도 하지요"
이 영혼이 떠나기 직전에 깨달은 바를 사랑하는 이 노처녀에게 이렇게 일깨워주었다.
남자영혼이 극락으로 가면서 여자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를 원하다.
극락으로 향하는 길이 단 하나의 아주 어려운 길만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 천지 사방으로 길이 나 있다고 알고, 인연을 만나는 것 역시 그렇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 분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참구하면 좋은 인연을 만나고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여자는 이 남자를 꿈에서 본 후부터 이상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주 애잔한 느낌이 강하게 생겼다는 말을 한다.
이전 생에서 둘이 연애할 당시의 감정이 영혼 속에서 다시 요동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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