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중병을 일으키고 있는 전생남편에 대한 천도재를 열다.
전생에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술에 약을 몰래 타서 독살한 이 여인은 50대 초반인데 올해 갑자기 여러 가지 중병이 몸에 생기면서 오래 살지 못하고 머지않아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여동생에게 수시로 늘어놓았다. 이 여동생이 언니가 걱정이 되어 나에게 왔는데,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 여동생의 간청에 어쩔 수 없이 천도재를 열었다.
지장보살님께 청하는 염불을 하면서 귀신의 널리 퍼진 영체를 하나로 모은 후 K-zensong을 불러 남자귀신이 부처님과 신에 대해 마음을 옮기도록 했다. 그리고 츰부다라니를 읊으면서 극도로 차가워진 마음을 조금 녹였다.
그러자 귀신이 말을 꺼낸다.
"부인이 나를 죽였지만 좋아해서 와 있는 것이오"
이미 전생사연을 알고 이 남편귀신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터라 그냥 와 있고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 왜 이 부인을 병들게 하고 죽이려고 하는가?"
"타고난 명이 다 되어 그런 것이고 나는 사랑해서 같이 가려고 하는 것뿐이오"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그런데 그대 마음 깊은 곳에 원한이 엿보이는데 이것은 무엇이오?"
"원한을 갚으려고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소"
전생남편의 분노를 광명진언과 불설왕생정토주로 녹여내다.
이제 사실을 솔직히 말한다.
"그래, 사랑이 미움이고 미움이 사랑이지!"
중도에 따른 법을 일러주면서 이 귀신의 마음을 정리해 주었다.
"나랑 내가 하나 할까요? 만일 내가 그대 마음에 맺힌 원한을 씻어주면 부인을 용서하고 그대로 놔두고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대 마음대로 부인을 데려가도 좋소. 내가 상관 안 할 테니까. 어때요?"
"내 원한을 나도 어쩔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는 말이니 곧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제 이 여동생 언니의 목숨은 일단 내가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먼저 해원결진언으로 남자귀신의 분로를 사라지게 해주어야 한다.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나는 사랑으로 태어났는데 어이하여 증오로 죽어 있는가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나의 사랑을 영원히 잃어버렸는가 묻어버렸는가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부인에 대한 원한은 갚으면 되지만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멀어져 버린 사랑은 다시 어디서 구할쏜가
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진정한 슬픔은 나의 분노 속에 가려져 있었네"
남자귀신의 마음이 조금씩 동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시선이 향한다.
이제 다시 부인을 사랑했던 첫 마음을 떠올릴 때가 되었다.
"옴 마니 파드메 훔 ~~~
처음에는 나도 기뻤고 부인도 기뻤네
옴 마니 파드메 훔 ~~~
이제 그 마음을 다시 되살려보세나
옴 마니 파드메 훔 ~~~"
남자귀신의 가슴속을 관세음보살 진언이 파고들면서 서서히 잠들었던 마음을 끄집어낸다.
이제는 그 속에서 밝은 마음이 나오면 된다.
이 남자귀신과 곁에 부인(생령)을 불러 이들을 밝은 광명으로 감싼다.
"옴 아모게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즈바라 프라바르타야 훔" (광명진언)
이윽고 두 사람을 내면에서 밝은 빛을 움직여 끄집어내며 서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하면 끝난다.
"나무 아비다바야 다타가다야 다지야타 아미리 도바비 아미리다 싯담바비 아미리다 비가란제 아미리다 비가란다 가미니 가가나 깃다가례 사바하 ~~" (불설왕생 정토주)
과거의 원한은 깨끗이 사라지고 드디어 환하게 사랑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감사합니다. 제가 괜히 쓸데없는 것에 매였었군요"
"아니요, 부인을 저주했던 마음이 사랑으로 바뀌었으니 그 사랑은 예전의 사랑보다 더욱 강하고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사랑이 곧 미움이고 미움이 곧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고 극락으로 들어갔다.
쌍차쌍조의 중도를 온몸으로 체득했으니 당연하다.
용왕신께 수명연장 기도를 청하다
이후 용왕신에 대한 수명연장 기도를 청한다.
기도 중에 옆에 앉은 여동생에게 문득 물었다.
"언니가 몇 살까지 살겠소?"
"75세요"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이 말이 생각 이전에 튀어나온다.
이 동생은 영감이 대단히 뛰어나 용왕신이 75세라고 지정하는 수명을 들었다.
"그렇소. 그런데 그대의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해져서 80세까지 살 것이오"
나의 수명은 주위의 나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다소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정해진 수명은 없고 태어날 때 기준이 되는 수명만 있을 뿐이다. 무사히 끝내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실 교회 다니는 언니인지라 해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여동생을 위해서 한 것이다.
천도재를 모두에게 덕이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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