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괴성을 지르고 이성을 잃다
이 이야기는 여러분이 믿든 말든 상관 안 합니다. 사실 그대로지만 워낙 믿기 어려우니까요. 다만 이 자리에 참석하는 내 제자들과 의뢰인은 그대로 듣고 보고 있으니 그냥 믿고 말고 할 것이 없이 아는데 말입니다.
전라도에 사는 어머니가 찾아와 초등학생 6학년 아들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한다.
평소 말썽꾸러기인 아들이 최근 일주일동안 학교에서 갑자기 제정신을 잃고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발광해서 학교에서 일찍 돌아왔던 것이다.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병원에 데려가기도 어려운 상태이고, 당장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너무 심각해서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밤새 달려 급히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오랜만에 지옥사자(저승사자와 다른 역할을 함, 지옥사자는 망자를 바로 지옥으로 데러감)가 아이 곁에 있는 것이 보였다. 가끔씩 지옥에서 사자가 나와서 사람을 잡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갑자기 이유 없이 급사하는 것이다. 아이는 극도의 공포심에 이성을 잃고 학교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아이의 전생업장이 너무 두터운데 태어나기 전에 지옥에 가서 벌을 받지 않고 태어난 탓에 태어난 이후 지금 다시 잡아가려는 것이다. 아이 몸 속에 들어가 아이영혼을 강제로 끌어당기며 몸 밖으로 이탈시키려고 하니 아이가 발광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를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어머니의 정성을 봐서 모른 체 할 수 없어 일단 기원재를 급히 지내기로 했다. 귀신천도가 아니기 때문에 천도재라 이름할 수 없다.
용왕신께서 기원재를 지낼 때 경계를 두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주다
재를 지내는 형식을 갖춰놓고 용왕님(용왕님은 대우주 신으로 인간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부처님으로 부를 수 있다)께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여쭈어보자,
용왕신이 이번에는 큰 지침을 직접 일러주신다.
"경계를 두지 마라"
이 말씀은 지옥과 인간세계를 나누어 지옥사자를 지옥으로 다시 돌려보내 아이를 구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아무튼 해보면 알겠지...
하이붓다 새한글 용왕경(용왕의 서)을 쭉 염불하고 제자들이 K-zensong 을 부르면서 새한글 지장경(지장의 서)에 있는 지옥명호를 읊자 지옥사자가 반응을 강하게 보인다. 하지만 여느 귀신과는 달리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당연한 것이 지옥이 집이면서 고향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명왕 진언을 읊자 지옥사자가 두려움을 느낀다. 부동명왕님은 지옥의 왕이기도 한 신이다. 그리고 나에게 와 계시기도 하다.
이윽고 용왕님의 지침을 바탕에 깔고 지옥사자와 대화가 시작된다.
"인간세상의 악업이 하늘 땅에 가득하니
지옥불은 더욱 활활 타오르고
사자님은 잠시도 쉴 틈이 없네
하지만 부처님의 자비는 하늘 땅을 감싸고
용왕님의 자비는 지옥을 꿰뚫으니
지옥과 극락이 본래 나눠짐이 없네"
이렇게 처음에 경계를 없애는 시 한 수를 툭 던졌다.
"이 아이를 데러가는 것이 자비요!"
사자가 이렇게 굵은 목소리로 대꾸한다. 확실히 평범한 지옥사자는 아니다.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렇지요. 이 아이에게는 자비이지만 남은 부모와 가족의 고통은 어떡할 거요. 이들이 죽을 때까지 괴로워할 것이고 이 아이와 같은 지옥고통 속에 있을 것인데?"
둘이 아닌 불이(不二) 가운데서 인연 속에 들어있는 보신(報身)의 모습을 사자에게 들이댔다.
(불이는 법신(法身)의 모습이다. 보신은 법신, 보신, 화신의 3신 가운데 일체존재의 연결성을 갖고 있는 몸으로서 대표적인 보신불은 노사나불이다)
"............."
지옥사자가 입을 다문다. 일단 진리로서 내가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지옥사자를 무경계(無境界)로 끌어들인다.
"사자님, 이 아이가 용왕신과 하나라면 사자님의 마음은 어디에 머물겠소?"
"그야 용왕신이지요"
"사자님. 용왕신과 사자님이 하나라면 사자님의 마음은 어디에 머물겠소?"
"그야 나 자신이지요"
"사자님, 사자님과 이 아이가 하나라면 사자님의 마음은 어디에 머물겠소?"
"그야 나 자신이지요"
"그렇지요. 이 아이는 사자님에게는 더 이상 없지요. 사자님과 용왕신만 계시지요"
"............"
경계를 두지 않는 나의 법문에 지옥사자는 더 이상 대꾸할 수 없는 코너까지 몰렸다.
인간이면 자기 말문이 막히더라도 억지부리며 계속 싸우지만 영혼차원에서는 법에 밀리면 억지를 부리지는 않으니 인간보다 백 배 더 수준이 높다.
주술로서 지옥사자가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다
그러면서 사자는 마지막으로 이 아이를 찾는다. 눈앞에서 아이영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법단에 불기에 쌀을 가득 담아두고 그 위에 아이 어머니로 하여금 향을 피워 꽂아두게 했다. 그런데 그 쌀을 막 헤치면서 아이영혼을 찾았다. 아이를 그 속에 숨겨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쌀 속에 아이가 없자 일단 주저앉는다. 이것은 사자가 한 번은 아이를 찾아 헛방질하게 해 봐야 포기하지, 아니면 끝까지 찾으면서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미리 아이영혼을 쌀 속에 숨겨두었다고 여기게 해서 헛수고를 해 포기하게 만들려는 내 작전이었는데 사자가 그대로 걸려든 것이다. 이런 것을 주술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아이를 잡아가려는 시도를 무산시키면서 이렇게 끝났다. 보통 여기에서 사자를 돌려보내주며 끝내는데 이상하게 지옥사자에 대한 내 마음이 간절해진다. 지옥에만 오래 머문 것이 좀 안되보였던 것이다. 밝은 신의 세계에 올려주고 싶었다. 지옥에 있든 어디 있든 내 손에 걸리면 다른 세계로 옮겨주는 정도는 내 자유 속에 있다. 지옥에서 오랫동안 사자역할을 하고 지옥소속이지만 내 마음대로 소속을 바꿔줄 수 있다. 이런 데다가 용왕신이 '경계를 두지 마라'라고 했으니 지옥사자를 지옥에서 이동시켜 주는 것은 법과 신에게 어긋나는 바도 아니다.
이제 아이에 대한 마음이 떨어져나갔고 사자가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에 머무르고 마지막으로 자기의 공간이자 집인 지옥에 대한 마음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지옥사자를 벗어나게 만드려면 일단 지옥을 버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용왕신의 위신력을 빌어 검인(劍印)을 한 후
"나무 사만다 바길라 단 !!!"
외치며 검인을 내리치자 지옥사자가 이 세계에 건너온 다리가 화르르 불지옥 위로 무너져 내렸다.
천수경에 "내가 지옥에 가면 지옥이 절로 무너진다"는 표현이 있는데, 사실이다. 내 마음속에는 지옥이 없으니 그렇다.
"아니, 어쩌지, 내가 불지옥 저 너머에서 불지옥을 건너서 여기에 오는 다리가 무너졌으니 돌아갈 수가 없어, 어쩌지..."
사자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자기에게서 아이를 떼내더니 이제는 아예 자기가 돌아갈 길을 끊어버린 것이니 황당할만했다. 천년 넘은 세월을 지옥사자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을 천년 넘어 만난 것이다.
"자, 그대여! 이제 돌아갈 지옥이 없다. 어떡할 텐가?"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 있을 수도 없으니 어쩌지요?"
이제야 나를 알아보고 얌전하게 애원한다.
"그대는 지옥에서 죄 많은 중생을 데려가느라 오랫동안 수고했으니 이제는 저 밝은 신의 세계에 가서 편히 쉬도록 하시오!"
"내가 어찌 그럴 수 있소?"
"아까 그대와 용왕신이 하나라고 알려드렸지 않소?"
"나무 사만다 난도 파난다예 사바하"
반야심경과 왕생정토주로 지옥사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다
용왕신의 위신력을 청하면서 광명진언을 읊자 저 하늘 위로 먹구름 가운데 작은 구멍이 나타났는데 그 구멍 위로 환한 빛이 가득 차 있다.
"저 구멍으로 가면 되는 것이오?"
"그렇소"
지옥에만 오래 있어 신의 세계를 망각하고 있던 터라 반야심경을 읊으면서 그 구멍을 점차 크게 넓혀 주었다. 그리고는 왕생정토주를 외면서 드디어 저승사자를 신의 세계로 이직시켜 주었다.
총 1시간가량 걸친 재를 끝내자 아이가 힘이 풀리면서 얌전해졌다. 아이를 있는 힘껏 붙잡고 있던 부모님의 손도 자연스레 풀어져 이제야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려갔는데 며칠 후 아이가 이전처럼 멀쩡하다는 소식을 보내주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세계는 지옥부터 극락까지 열려 있는 공간인지라 이렇게 지옥사자가 산 사람을 데려가려고 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내 마음이 어느 세계로 이어지는 가는 오로지 자기 마음에 달려있기도 하다.
지옥사자를 그동안 몇 번 돌려보냈지만 이번에는 지옥사자까지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은 처음이다.
용왕신의 "경계를 두지 말라"는 말씀은 이것까지 해주라는 뜻이 들어가 있음을 끝내고 나서 알았다.
내 제자들이 이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들으면서 처음에는 지옥사자를 단순히 돌려보낼 줄 알았는데 내 마음대로 다른 세계로 보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감탄한다. 내가 자유자재하게 되면 어떤지 직접 온몸으로 가르쳐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용왕님의 지침에 따라 법을 전개한 탓에 가능했다.
용왕님의 자비심은 지옥사자까지 구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아직 이 점에서 좀 모자란다. 그냥 쫓아버리려고 했으니 말이다. 내가 아직 산사람 편에 좀 더 서 있으니 중도에 조금 어긋난 모습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불법은 이렇게 생생하게 모두를 구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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