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광명으로 원한 맺힌 집착을 버리다.

지공선사 2024. 1. 26. 10:15

얼마 전 목숨을 걸고 일한 적이 있다. 선량하고 소박한 50대 부부인데, 나에게 한 달에 한 번씩 공을 들이려고 오는 분들이다.

 

그 집안 조상의 악업이 지나쳐 그 집 식구들이 원한령으로부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원한령의 한이랄까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차가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가슴에 맺힌 것이 분노가 극에 달하면 피눈물을 흘린다지만 그것조차 넘어서면 차가운 눈물이 흐른다. 상상조차 어려운 것이다.

 

그 원한령의 사연이 하도 딱하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싸늘한 냉기만이 감돌 뿐이었다. 80여년을 이어온 한이었다. 이 집안에는 이상하게도 오랜 세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가족들을 옥죄이고 있었다.

 

이들의 목숨을 구할 방법은 단 하나, 내 목숨을 거는 것 뿐이다. 강제로 이 영혼을 저 세계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영혼을 천도시키는 천도재를 지내면서 다음과 같이 일렀다. 

 

"그대의 가족이 당한 억울한 한을 생각하면 자손인 이들이 목숨으로 당연히 속죄해야 하지만 인간세상인지라 마땅하다고 또 그대로 할 수 만은 없는 법, 그대가 이들을 쭉 지켜봐왔지만 조상의 악업에 대한 과보로 데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이들 대신에 내 목숨을 가져가라. 날 대신 데려가면 그대가 그렇게 어두운 세계로 가지는 않을 것이아.."

 

그 옆에는 죄를 지은 조상령이 와서 죄를 뉘우치고 통곡하고 있기도 했다.

이 영혼이 그러자고 하면 꼼짝없니 내가 가야 된다. 그래도 할 수 없다. 6명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이 말을 마치자 마자 하늘에서 갑자기 빛이 내려왔다. 그러면서 방안 가득히 빛으로 찼다. 그 순간 불가능할 것 같은 그 영혼의 원한이 순식간에 풀렸다. 마치 어둠이 빛을 받아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영혼이 복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모두 살았으니 한 숨 돌리고 영혼을 좀더 일깨워준 다음에 밝게 정화시켜 무사히 저 세계로 인도했다.

 

집착 가운데 가장 강한 집착이 돈도 아니고 애정도 아니다. 바로 복수에 대한 집착이 가장 강하다. 심지어는 자기가 못하면 악한 무당을 사주하여 저주하는 주술을 하도록 함으로써 복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복수에 대한 집착이 빛을 보고 한 순간에 버리니 참 신기하다.

 

그 순간 뒤이어 그 영혼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그 영감이 빛을 못보아서 그런 짓을 저지른거야.. 어리석어서.. 내가 용서하마"

흔히 집착을 버리라고 성직자들이 일만 열면 떠들지만 밀가루 반죽 덩어리에서 한 숟갈 떠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요 세상살이이다.

 

집착을 꿈이나 희망, 소원 등의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짧은 인생에서 강하게 집착하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감각을 가지게 되니까.

 

집착을 한 순간에 버리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혜를 찾는 것이 바로 빛인데, 이 빛을 보고 찾기 위해 모두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다. 집착을 하는 이유가 바로 빛을 못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빛은 다름 아닌 부처님의 광명이다. 무신론자나 자기만의 신을 우기는 유일신교자는 자기가 만든 어두운 이성에 스스로 갇혀버리고 만다. 빛은 한없이 밝은 마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