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돌아가신 어머니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지공선사 2024. 1. 29. 10:08

언젠가 나에게 와서 도움을 받은 대학생이 삼촌을 데려 왔는데, 그 삼촌 아들이 하버드대에 유학을 갔다가 이유모를 우울증에 걸려 귀국하기를 두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이 대학생 조카는 귀신 문제가 있음을 짐작하고 해결해 달라고 삼촌 부부를 데려왔다.

 

그런데 이 삼촌이 처음 결혼했던 본부인이 젊은 나이에 아들 둘을 낳고 그만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 후 지금 부인은 재혼해서 살고 있는 부인이었다.

 

하지만 이 삼촌 부부는 아들이 그렇게 우울증에 걸리고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원인을 죽은 생모에게서 찾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천도재를 지내주고 심지어는 미국에 직접 가서 천도재도 지냈다는 것이다. 아들이 이런 원인이 돌아가신 엄마에게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생모 영혼을 불러보니 처절하게 슬퍼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하는 말이 "내 아들들을 한 번 안아보고 싶어요"하면서 울었다.

참으로 딱한 장면이었다.

 

아들의 그런 원인이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지금 부인이 결혼하면서 그 때 친정에서 따라온 많은 귀신들이 뭉쳐서 아들에게 빙의하여 우울증을 일으키고 있었다. 빚을 받으러 온 원한령들이었다.

친정집이 꽤 잘 살던 집이었다. 그런데 그 동안 이런 사실을 천도재를 지냈던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쌍한 생모는 죽은 후에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려주고 그 원한령들의 우두머리 정체까지 상세하게 밝혀 주었는데도 수긍하지 못하는 자세를 보였다. 황당한 사실이라는 듯이 이 말을 듣자마자 부인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버렸고, 내 대학선배이기도 한 대기업 고위직에 있는 삼촌은 나를 마치 부하직원 평가하듯이 눈에 힘을 주며 인상을 쓰고 이리저리 나를 재고 있었다.

어린조카를 억지로 따라와서 조카가 도사라고 부르는 나를 보니 허름한 곳에서 아주 보잘 것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다가 유명한 사람들에게서 듣지도 못한 귀신들 이야기를 하고, 또 자기들에게 그런 귀신이 있다는 것이 자존심이 아주 상했던 것이다.

밖에 나오니 먼저 나와 있던 그 부인은 인상을 찌푸리고 "아휴, 지겨워, 아휴, 지겨워" 하는 말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들이 가고 나서 반성을 많이 했다. 좀더 세심했어야 했고, 또 귀신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들인데 조카의 성의를 봐서 알려준 것이 그만 큰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도 아닌 생모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우울증에 걸린 그 아들이 불쌍했다. 귀신들만 처리하면 간단히 멀쩡한 학생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인데, 그만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모영혼을 생각하면 더욱 불쌍했다. 아들들을 한 번 안아보고 싶다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보면 몸뚱아리가 비록 근본적으로는 허망한 것이라고 해도 살아있을 동안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한 번 안아보고 싶어도 몸이 없으니 되지 않고 또 영혼이 포옹을 해도 아들들이 알지 못하지 않는가? 그러니 부모님이 살아있을 때 그 몸을 소중하게 모시고 손이라도 한 번 따뜻하게 잡아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이 생모영혼의 소원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부모님이 사고나 병 등 좋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이유모를 나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은 사실 부모님 영혼 때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는 죽어서도 부모인 것이다. 도와주지 못해서 슬퍼하지만, 괴롭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좀더 파고 들어가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그렇게 불행한 인생과 죽음을 일으킨 원인과 업장, 원한령 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남은 자손들에게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 삼촌 부부는 단순하게 추측만으로 결론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