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불자 어머니가 극락으로 가시기 전에 염주를 벗어놓다.

지공선사 2024. 2. 1. 09:43

나와 인연을 맺어 오는 아들과 며느리의 효심 덕분에 대장암 말기를 앓고 있던 모친이 기도를 통해 관세음보살과 용왕대신의 가피로 통증도 없고 욕창도 없이 깨끗한 모습으로 지내다가 평화롭게 돌아가셨다.

 

항암제나 진통제도 맞지 않고 큰 통증을 유발하는 대장암에 걸린 환자같이 않아 친척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낄 정도였다.

모친 영혼을 천도시키는데 모친이 염주를 원하였다. 뒤에 알고보니 절에 다니던 불자인 어머니 이어서 염주를 목에 걸고 살아 생전의 업장을 부처님께 참회하고자 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실상 모친은 별로 큰 없장도 없는 분인데, 성격이 엄하고 대단한 분인지라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들에게 그렇게 대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덕분에 자기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참으로 고맙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 며느리는 친정 부모님도 몹시 편찮으신데다가 시어머니 병수발을 하느라고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묵묵하게 그 집안의 노인 환자를 보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 부인의 마음을 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실상 부인 덕분에 외지에 출장근무를 나가서 말기암 환자인 모친과 떨어지고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것이 진짜 내조이다.

 

천도재를 지내는 도중에 염주를 목에 걸어드리니 어린아이처럼 참으로 좋아하셨다. 그러다가 법문을 듣고 나서 목에 걸었던 염주를 스스로 벗어 놓는 것이 아닌가?

순간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고 업장이 소멸되어 눈부신 빛으로 변한 자신을 보니 염주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아들 내외와 마지막 하직 인사를 떠나셨다. 말씀으로는 이전에 돌아가신 남편에게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극락으로 가신 것이다. 부부가 죽고 난 이후에는 가는 곳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각자 영적 수준에 맞는 세계로 가니까.

 

천도를 끝내니 덩그러니 남아 있는 염주를 물끄러미 쳐다보니 금강경에 "내 말을 뗏목으로 여겨 강을 건너고 간 뒤에는 버려라"는 설법이 떠오른다. 그런데 강을 건너기도 전에 뗏목에서 내려오니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행자들이 많다. 심지어는 자기가 부처나 신이라며 부처님 조차 우습게 여기는 희한한 수행자들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석가모니는 이 지구상의 모든 수행자들의 시조이다. 근사하게 수행한다고 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시어머니는 살아 생전에 수발드는 며느리에게 무덤덤했지만 그 영혼은 실상 며느리에게 참으로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였다. 눈물 후에 안개가 걷힌 후련한 마음으로 밝은 표정의 부부를 보니 효는 부모님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절대적인 덕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참고로 신이나 부처님은 효자효녀를 참으로 좋아하시고 이들이 기도하면 가피를 많이 내려 주신다.

부처님께 "이 집안에 앞으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위험이 남아 있습니까?" 라고 여쭷더니,

 

부처님 왈, "이 집안은 걱정할 일이 없다"라고 단정적인 말씀을 주신다.

 

보통 대우주 부처님이 말씀을 주실 때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어찌보면 애매한 표현으로 많이 일러 주시는데(그래서 가끔 해석의 어려움이 있음) 이렇게 직설적으로 일러주시는 경우는 드물다. 이 부부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평화롭고 즐겁게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