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49재 겸 천도재를 지내면서 알게된 가족간 재산다툼의 결과

지공선사 2024. 4. 26. 10:14

나이 든 부인이 와서 최근에 죽은 남편영가의 천도를 부탁한다. 그런데 그 남편은 평생 무능력자로 살았던 터라 부인의 고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고 더구나 시어머니의 표독한 괴롭힘으로 인해 눈물로 평생을 살았다. 이 부인은 아주 부잣집에 태어나 곱게 자랐는데, 시집온 후 친정에서 해 준 집과 여러 가지 재물 등을 남편이 이일 저일 한다면서 모두 날려버렸다. 그리고 남편이 거의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주변에 비칠 정도였다. 늘 멍한 표정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부인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에게 무시당하며 살다가 환갑 넘어 심장마비로 죽었다. 남편의 영혼은 그야말로 한이 가득 맺힌 어둠 그 자체였다.

 

남편이 이런 인생을 살게 된 연유를 살펴보니 조상의 악업이 숨어있었다. 남편의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여동생(남편의 고모할머니)의 땅을 강제로 빼앗았던 것이다.

이른바 남매간의 재산다툼이었다. 그래서 한맺힌 고모할머니가 이 아들을 무능력자로 만들고 재산을 탕진하며 빚만 가득 지게 하며 살게 했던 것이다. 더구나 두뇌에 빙의하여 두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 당연히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친엄마에게 작용하여 엄마로 하여금 자식(남편)을 몹시 구박하게 만들었으니 불쌍하기 그지없다. 

 

49재 겸 천도재를 시작하자, 남편은 흐느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다.

 

뭐라고 하기엔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일단 몸을 씻기고 새 옷을 입혀주며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내가 태어나 내 인생을 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의 인생이었네. 그대 부인과 자녀들 또한 그대로 인해 자기 인생을 살지 못했으니 역시 그대의 인생을 살아준 것이라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서 내 인생이란 정녕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자기의 억울함에 너무 사로잡혀 있길래 자기로 인한 부인과 자녀들의 고통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자 남편이 머뭇거리며 잠깐 생각하더니,

 

"내가 인간대접을 받고 싶었는데, 모두들 나를 무시하고..."

"그대가 인간대접을 받든 못 받든 그대는 인간이니 뭐가 문제인가? 인간대접을 못 받는다고 짐승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건 그래요"

 

"잘 생각해 보시게"

 

그러고는 오랜만에 지장경에 있는 츰부다라니를 쳐주었다.

 

"츰~부~츰~부~츰~츰~부~..."

 

츰부다라니를 들을수록 영혼이 점점 밝아지며 뭔가 감격스러운 마음이 샘솟는다.

 

츰부다라니를 마치자마자, 큰 소리가 벼락같이 내 입에서 엄중하게 나온다.

 

"남이 켜 놓은 불빛 아래 자기를 두면 밝고 따뜻하지만 반드시 그늘이 생기고 남이 불을 끄는 순간 어둠과 추위에 휩싸여버린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서 스스로 밝혀놓은 불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밝고 밝으니 그림자도 생기지 않고 그 누구도 꺼뜨릴 수 없다. 인간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마음은 바로 남의 불빛에 자기 몸을 두는 것이니라"

 

이 말을 듣자마자, 광명이 영혼에게 덮치며 영혼이 빛으로 휩싸인다. 아미타불의 대자비이다.

 

"자, 이제 그대는 자기 자신의 빛을 찾았으니 남은 가족에게 한 마디 해주시게, 가족들이 그대의 삶을 살았으니 빛을 나누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잊어버리라"

딱 한마디 한다. 자기로 인해 부인과 딸이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버리란 뜻이다. 한을 품고 죽은 후의 고통을 자기가 몸소 체험했으니 가족도 이대로 한을 품은 채 죽으면 그 고통이 클 것이니 염려스러워하는 말이다.

 

그러고는 순각 극락에 난다.

 

인간의 가장 큰 슬픈 비극은 돈으로 인한 골육상쟁이고 그 후유증은 대를 이어 내려가며 그 집안을 서서히 멸망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된다. 지금 재벌가 3세 등 자손들의 유산상속으로 원수처럼 싸우는 것을 보니 나중에 이들의 자손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

 

그 원한 맺힌 할머니가 하는 말,

 

"내 땅을 빼앗았으니 그 자식들이 돈을 못 벌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