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나시에 가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이 여인은 몇 개월 전부터 사람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갑자기 도박을 하여 억대의 돈을 날리고 본인은 갑자기 온몸이 엄청난 감기몸살 증세가 나타나며 도무지 낫지를 않았다. 그리고 극심한 심적 고통으로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손님에게 발각되어 병원에 가서 하루가 지나 깨어나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작년에 내게 왔을 때 업장이나 좀 소멸하고 일본에 들어가라는 말을 가볍게 한 마디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그 당시에는 별일 없어서 그냥 상담만 하고 갔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며 일을 해야 되겠다고 했다. 몸이 너무 아파 일본에서 내게 오는 것조차 힘든 지경이었는데, 이를 악물고 겨우 찾아왔다. 작년에 나를 볼 때와는 안색이 전혀 딴판이었다.
환향녀(還鄕女)라는 말을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환향녀란 고향에 돌아온 여인이란 뜻이다. 조선시대 정묘호란(1627), 병자호란(1636) 전후 북한의 국경(평안, 함경) 지방은 오랑캐(호족:胡族)들의 노략질이 빈번했다. 당시 끌려간 여성들이 갖은 고생 끝에 도망치거나 본국 가족들에 의한 속환으로 다시 제 고향이나 시가(媤家)로 돌아왔으나 남성들의 냉대를 받았다. 이유인즉 여성으로서 지켜야할 정조를 지키지 못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여성들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품행이 단정하지 못했는데 이를 비아냥거려 '화냥년'이라 불렀다. 사족(士族) 부녀자들은 '오랑캐에게 실절(失節)한 여자'라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고통받아야 했다. 일부 신료들은 '속환되어온 며느리에게 조상의 제사를 받을게 할 수는 없다.'며 이혼을 허락하라고 요구했다. 출가했던 딸이 환향녀가 되어 돌아온 친정 부모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이혼을 섣불리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족 환향녀들은 본래의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말았다. 피로(被擄)로 말미암은 슬픔과 비극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한 여성들을 환대는 못하더라도 오히려 천대하고 멸시했으니 기막힌 일이다. 이것이 역사에서 밝혀진 대강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 여인의 사례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 있다. 가족들이 환향녀를 몰래 죽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 여인은 그 당시 한양의 정경부인이었는데, 이 여인의 여동생 역시 청나라로 잡혀갔다가 겨우 도망와서 환향녀 신세로 귀환하였다. 그런데 이 여인은 그런 여동생이 불결하다면서 하인을 사주하여 몰래 여동생을 죽여버렸다. 그리고는 자결로 꾸몄다. 복수심보다는 집안 가문의 체면과 자신의 분노가 더 앞섰던 것이다. 이 여인의 전생 여동생이 바로 원한 맺힌 귀신이 되어 지금 와서 언니인 이 여인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로 약을 먹고 자살하도록 유도하여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하였다. 이유인즉슨 이 여인이 식당을 하면서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그냥 먹여주곤 해서 배고픈 사람들이 주위에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손님 하나가 식당에 핸드폰을 놓고 나갔다가 다시 가지러 돌아오면서 그 사이에 약을 먹고 신음하던 이 여인을 발견하고 병원에 옮겨 기적적으로 살았던 것이다. 이른바 보시행의 공덕으로 원한령의 복수가 일차적으로 실패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남편을 쫓아내고 이 여인을 아프게 하면서 또다시 죽이려고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친했던 자매가 이런 시대적 비극으로 철천지 원수가 되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원한이 극에 달해 있는지라 서로 악인연에서 풀려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다간 여러 생에 걸쳐 서로의 복수극이 이어질 판이었으니 이 동생 영가를 천도시켜야만 했다.
"죽을 고생을 하다가 가족을 찾아왔더니 오히려 언니에게 죽음을 당하다니 이 어인 청천벼락인가? 나의 고통을 언니가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터인데 참으로 슬픈 일이로다"
"내가 겪었던 것과 똑같이 해 주고 싶었는데.."
"인간의 얄팍한 체면과 더러운 욕망은 가족의 정과 생명의 고귀함을 넘어서나니, 그대가 인간의 고향으로 귀환한 것이 크나큰 실수로다"
"내가 돌아올 곳이 집 뿐인 것을 어떡하겠습니까?"
"그래, 그 후에 몸을 잃었으면 세상에 미련을 떨치고 신의 세계로 돌아갔어야지, 여기에 그대로 남아 그대 스스로를 더욱 죽이고 있으니 그때 비극이 아직 지속되고 있지 않느냐?"
"언니를 살려두지 않을거에요!"
좀처럼 마음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그만 멈출 때가 되었다!"
그러면서 영혼의 몸을 씻도록 하며 새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그러니 비로소 막혔던 숨통이 트인 듯 숨을 길게 내쉰다.
"그대는 몸이 더럽혀졌을지라도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았는데 이제 그대 자신이 원한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럽히고, 언니는 몸이 깨끗했더라도 마음이 더럽혀졌는데 이제 그대의 복수로 인해 몸마저 고통으로 더럽혀졌으니 둘이 똑같아졌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를 죽인 것이니 공평해졌다. 이제 되었느냐?"
"........."
"이제 그 지저분한 몸과 마음을 몽땅 버리고 청정한 그대 본래모습으로 돌아오거라!"
파지옥진언과 광명진언을 외면서 신의 광명을 눈앞으로 끌어다 주었다. 그러니 영혼의 몸이 환하게 밝아지며 기쁨으로 감격에 젖는다.
"이제 그만 떠나겠습니다"
"고마워요!"
정토주를 외면서 극락으로 인도해 주었다.
천도가 끝나고 나자 언니가 몸이 좋아지면서 혈색이 이전처럼 다시 돌아온다.
"왜 그때 이런 사연을 말씀 안 해주셨어요?"
"이렇게 직접 겪고도 믿기 어려운 전생사연인데, 그 당시 말씀드렸으면 믿지 않고 그러면 그것으로 끝났을 거예요. 하늘이 한 번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인간은 몸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니 몸이 조금 더럽혀진 것 가지고 너무 인색하게 굴면 안 돼요. 요즘은 몸은 아주 깨끗하고 미인이라도 마음이 더럽고 시커먼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조선시대 유교가 가장 큰 과오를 범한 것이 바로 몸 차원에서 여성의 가치를 평가한 것과 축첩을 용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너무나 많은 원한관계가 파생되어 지금 시대에도 그 인과가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요즘 여성은 몸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또 문제가 있지만...
'마음과 영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안이 잘되게 하기 위해 신령님을 모셔야 한다는 조상님 (2) | 2024.05.03 |
---|---|
전생에 남의 돈으로 보시하여 얻은 내생의 업보 (0) | 2024.05.02 |
빼앗긴 땅이 원수임을 깨달은 할머니 영가 (0) | 2024.04.30 |
49재 겸 천도재를 지내면서 알게된 가족간 재산다툼의 결과 (4) | 2024.04.26 |
전생에 동업한 박수무당 귀신이 일으킨 극심한 신병(무병) (0) | 2024.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