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집안이 잘되게 하기 위해 신령님을 모셔야 한다는 조상님

지공선사 2024. 5. 3. 09:55

20대의 젊은 청년이 어머니와 찾아왔다. 얘기하다가 알고 보니 내 고등학교 후배였다. 그런데 전형적인 신병(무병巫病)을 앓고 있었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가슴이 조여 오는 등 심한 증상에다가 몰골이 수척한 것이 말이 아니었다. 앉아있는데 기력이 다 빠진 사람이었다.

 

이 청년에게 온 영가들을 천도시킨 후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왔는데 얼굴이 생기가 도는 것이 인상이 확 달라졌다. 아픈 것도 사라지고 밥도 제대로 먹고 말이다. 어머니도 기쁜 표정이었다. 

이번에는 이 청년을 무당으로 만드려는 존재를 천도시키는 차례였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 청년의 조상할머니 영혼이었는데, 살아생전 신령님을 모신 분이었다. 그리고 자손인 이 청년을 무당을 만들어 신령님을 모시게 하려고 귀신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귀신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신령님을 믿고 모시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 아무리 조상이지만 간섭할 바가 아니다."

 

"이 집안이 좀 잘 되게 하려고 oo가 신령님을 모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신령님을 모셔야지 집안이 잘 되지요."

 

"그럼 이 젊은이는 집안을 위해 억지로 무당하면서 평생 동안 고통을 당하며 희생해도 좋다는 것이오?"

 

"........"

 

"집안이 잘 되는 사람들 가운데는 신령님을 모시지 않는 집안도 많은데 이 사람들은 어이된 일이오?"

 

"........."

 

할머니가 계속 항변한다.

 

"아, 하늘과 땅 가운데서 사람이 신령님을 모시면서 중개자로 삼자는 것이오"

 

"중개자가 무엇인지 아는가? 중개자는 하늘도 되었다가, 땅도 되었다가 하면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오. 중간에 서서 모시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하늘과 땅을 매개한다면서 중간에 끼어서 죽도 밥도 안되고 자기 자신만 찌그러져 고통만 커질 것이니 어찌 집안을 잘 되게 하고 사람들을 도우겠소? 지금 무당들이 이러니 고통스럽게 살고 있지요... 신령님을 모신다는 것은 바로 내가 신령이 되는 것이오. 그러니 억지로 신령님을 모신다면 재앙만 부를 뿐이란 사실을 알아야지요"

 

"....... 살았을 때 누가 이런 것을 가르쳐주었어야 할지요"

"지금 내가 가르쳐주고 있지 않은가? 그대가 날 모시면 어떻겠는가? 나는 할머니에게 공양을 받을 자격이 되니 말이다"

 

"알았어요. 내 갈 길을 가란 말씀이지요?"

 

"그대가 이 집안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 집안 사람이었는가?"

 

"아니지요"

 

"그래, 그대가 살아생전부터 길을 가고 있었건만 그만 집안과 후손의 인연에 붙잡혀 이렇게 지체하였으니 이 집안에 나기 이전의 그대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대우주의 사후세계 왕이시여, 이 할머니가 이제 보살님께 귀의하여 신령이 되고자 하오니 대자비로 널리 인도하여 주소서"

 

지장보살님께 청하면서 극락으로 인도하였다.

 

영가천도가 끝나자 이 젊은이의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무(巫)란 하늘과 땅의 가운데서 의뢰인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개념이다. 무당은 자연히 중개인이 된다. 그런데 이 중개인의 개념이 완전히 타락하였다.

 

고대 우리 민족의 무는 무당의 수준이 곧 불교의 대선사였다. 필요에 따라 무당 자신이 하늘도 되었다가 땅도 되었다가 의뢰인과 하나가 되었다가 하는 존재였다. 지금 시대는 이런 진짜 무당은 멸종하고 말았다. 단순히 부동산중개인이 되었지만 그나마 중개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무당이라는 직업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무당 자신이 하늘과 땅의 중개자는커녕 귀신의 중간에 끼여 지배를 받고 있으니 귀신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신령님을 모신다는 것은 그 마음이 곧 하늘과 땅과 똑같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