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전생에 남의 돈으로 보시하여 얻은 내생의 업보

지공선사 2024. 5. 2. 11:13

나를 알고 지내는 한 중년 여성분이 딸이 결혼할 사람을 만났다면서 사위될 남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래서 사위될 남자를 직접 내게 보내보라고 요청했고 며칠 뒤 그 남자가 왔다. 그런데 그 남자의 얼굴이 균형이 약간 일그러진 채 말을 할 때 입술도 삐뚤어지고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 외에는 성품이나 능력이나 흠잡을 데 없는 괜찮은 청년이었다. 결혼 후 가정을 잘 이끌어가는 지혜에 대해 좀 일러주고 보낸 뒤 여성분을 불렀다. 그리고 청년의 사연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 남자는 전생에 관리였다. 그리고 그 동네에 풍을 맞아 몸에 장애를 입은 남자가 있었는데, 악착같이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았다. 그런데 이 사위될 남자가 그 장애를 입은 남자의 재산을 가져다가 동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때로는 빌렸고 때로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재물을 가져다가 자기 마음대로 했다. 물론 자기가 가져다 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장애입은 남자의 재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사위될 남자가 어릴 때 빙의되어 쭉 같이 지내온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얼굴이 그렇고 키도 크게 자라지 못했다.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이 남자가 얼굴과 몸에 마비가 와서 불구가 될 위험을 안고 있었다. 물을 마시면 물줄기가 입술을 타고 한쪽으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이런 전생사연을 이야기해주자, 여성분이 공감하였다. 내 말을 듣더니 문득 떠오른 것이, 몇 년 전 이 남자 어머니가 갑자기 이유 없이 무릎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더니 그만 마비가 와서 지금 다리를 절고 있다고 얘기한다. 살펴보니 이것 역시 이 남자귀신의 짓이었다. 이런 남자가 태어나 있으니 남자 집안이 부자가 될 리가 없다. 부모가 아주 성실하고 검소하게 살아온 덕에 겨우 학교는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몸관리를 철저히 해 온 덕분에 이 정도나마 건강을 유지해 올 수 있기도 했다.

 

이 불구의 남자귀신은 이 남자가 결혼하고 나면 여자를 통해 여자를 통해 빚을 받아갈 속셈이었다. 이런 경우는 결혼하고 나면 가정에 일이 계속 터져 돈이 쌓이지도 않고 빚만 가득 지게 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어쩔 수 없이 이 남자귀신을 천도시켜야 했다.

 

"내가 불구의 몸을 이끌고 얼마나 악착같이 모은 재산인데..."

 

귀신의 강한 집착이 드러난다. 멀쩡한 몸도 아니고 그런 몸으로 뼈빠지도록 일해서 모은 재산인지라 남다른 집념이 서려 있었다. 그런 재산을 무턱대고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으니 좋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주인의 원한을 충분히 살만했다.

 

"그렇다면 그대에게 빚진 재물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겠네, 대신 그대로 인해 손상받은 이 남자가 엄마의 몸을 원래대로 돌려놔주게나! 그래야 똑같지 않겠나,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대가 오히려 이 남자와 엄마에게 빚진 셈이 되니 이 빚은 어찌하겠는가?"

 

빚진 것을 돌려달라는 귀신의 요구는 정당했기에 나 역시 정당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런 귀신을 억지로 쫓으면 그 빚은 여전히 남아있게 되므로 인과법에 의해 이 남자의 가정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중에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귀신만 없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천도만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과법에 대해 무지하면 실제로 귀신을 천도해도 업보는 받게 된다. 귀신을 쫓고 나서 거지가 되나 있으면서 거지가 되나 마찬가지다.

 

"내가 그걸 어찌 돌려 놓겠는가?"

 

"그대의 건강이 중요한가, 아니면 돈이 중요한가?"

 

"물론 건강이 중요하지, 많은 돈이 있은들 몸이 아프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렇지, 그대 말에 따르면 이 남자와 엄마가 아프게 된 것이 그대에게 빚진 돈보다 더 크겠네, 그렇지 않은가?"

 

".........."

 

"그러나 그대에게 진 빚과 똑같이 상계하는 것으로 끝내겠네, 대신 나를 만난 인연으로 그대를 극락으로 보내주겠네. 그곳은 수천억을 보시해도 갈 수 없는 곳이니 200년 넘게 그대의 아팠던 마음을 극락으로 대신해 주지, 어떤가?"

 

"내가 몸이 아파 갈 수가 없어"

 

"극락은 몸으로 가는 곳이 아니야, 아무리 건강해도 갈 수가 없어. 텅 빈 마음으로 가는 곳이지"

 

그러고는 이 영가의 몸을 치유하여 멀쩡하게 만들어주면서 극락으로 인도하였다.

 

"아주머니가 하마터면 사위 때문에 거지될 뻔했네요. 이렇게 미리 알아서 처리하니 참 다행입니다"

 

"아휴~ 이렇게 착한 남자가 그런 사연을 갖고 더구나 귀신이 있는 것은 상상도 못 했어요. 선사님께 그냥 궁합만 보려고 했던 건데, 너무나 감사해요"

 

이 남자의 사주를 보면 결혼 이후에 모든 재물과 가정을 모두 잃게 되는 살(煞)을 많이 갖고 있었다. 이 살들은 바로 이런 전생인과로 형성된 것이다.

 

남의 것을 가져다가 자기가 인심 쓰며 보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복권 같은 것에 당첨된 돈은 자기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니 본질적으로 자기 돈이 아님을 알고 잘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 돈이라고, 자기 복이라고 착각하면 재앙이 서서히 생겨난다.

 

자기 돈은 순수하게 자기가 몸을 움직여 열심히 일해서 생긴 돈뿐이다. 이 돈만 신(神)이 자기 돈으로 인정해 준다. 신이 인정해 주는 돈은 날아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것이다. 남의 재물을 이용하여 자기가 생색내는 사람들이 정치권이나 여러 곳에 많이 있다. 자칫 이런 인과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더 신중해야 한다. 이 남자 영혼도 '부자 돈 좀 가져다가 가난한 사람 나눠주면 어때서'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간미는 넘쳤다.

 

그로부터 2주일 뒤에 사위될 남자가 왔는데 신기하게 얼굴의 균형이 똑바로 되었고 얼굴의 기색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을 마셔도 새는 것이 없어졌고 입술도 가지런해졌다.

 

장모를 너무나 잘 만나 인생이 끝장날 것을 구제받았으니 이것은 무슨 공덕인가?

 

바로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씨 때문에 하늘이 살 기회를 한 번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