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이야기

조상님 도움 -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생을 지켜주다.

지공선사 2024. 1. 11. 20:59

나이 50살의 한 남자가 찾아 왔다. 조각을 한다는 이 남자는 얼굴이 수척하고 몸이 허약하게 보였다. 한 눈에 오랜 시간 귀신에 시달린 영매체질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음 속엔 괴로움이 가득 차 있었다.

 

20대부터 도를 닦는다고 온갖 부류의 도사와 무당들을 만나러 다니던 중 나에게 온 것이다.

 

자기가 만난 도인 이야기며 그 동안 방황하던 일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데, 그 뒤에 중년의 한 여자 영혼이 서 있었다. 이 남자의 어머니였다.

 

"떠나지 않고 왜 아들 곁에 계십니까?"

 

"이 아이가 내가 죽은 뒤로 글쎄 도를 닦는다고 돌아다니지 뭐에요.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돈도 벌지 않고 방황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떠나지 못하고 이 아이를 지켜주고 있어요"

 

이 남자에게 물었다.

 

"생활은 어떻게 하십니까?"

 

"일 생기면 가서 해주고 일이 없으면 자전거로 등산을 다니고 그래요. 혼자 사니 먹는 것도 대충 끼니를 때우고요"

 

한마디로 돈에 대한 개념이나 욕심이 없고 마음은 참 순박한 남자이다. 사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반쯤 거지 상태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고생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아, 어머니요.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나요. 어쩔 땐 조상 같은 분이나 어머니가 제게 늘 있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꿈에 나타난 적은 없어요. 내가 29살때 죽을 뻔한 일이 있었는데 기적처럼 살아났어요. 아마 조상님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머니 영혼에게 다시 물었다. 

 

"이 아들을 지켜주고 돌봐 주셨는데 왜 아직 장가를 가거나 생활을 안정시켜주지 않으셨습니까? 20년 넘게요"

 

"내가 아니였으면 이 아이는 벌써 귀신들에게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도 이 아이를 장가보내고 싶죠. 하지만 아직 철이 영 없어서요."

 

그렇다 20년 넘게 많은 수행자나 무당을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귀신들에게 시달렸을까..

 

보통 그러면 거의 폐인이 되거나 죽거나 하는데, 다행히 어머니 도움으로 혼자서 생계는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고 일을 하고 있다.

 

자기 입으로도 많은 귀신이 씌어서 자기도 모르는 소리가 입으로 막 나오기도 하고, 누가 부르는 소리도 듣고 많은 신령(사실은 잡령) 들과 함께 지냈다고 자랑삼아 늘어 놓는다.

 

내가 이 남자에게 어머니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어머니는 갑자기 나를 막는다.

 

"선사님. 제발 내가 있다는 걸 이 아이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왜요?"

 

"생각해보세요, 이 어미가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에게 있었으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와 결혼시켜주었나, 돈을 많이 벌게 해주었나, 뭐 하나 제대로 해 준것이 없어요. 그러니 나를 말하면 이 아이에게 미안할 뿐인데 어미라고 밝히면 이 아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리고 나를 생각하며 늘 슬퍼할텐데요"

 

참 극진한 모성애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어머니가 온갖 힘을 다 해서 지켜 주었기에 잡령들의 침범에도 아들이 무사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해 준 것이 없다니 어머니 사랑은 역시 한이 없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가 떠날 때가 된 것을 어떡하겠는가?

 

"김oo씨, 여기 조상님 한 분이 늘 같이 계시면서 돌봐 주셨으니 감사의 뜻으로 천도시켜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당연하죠. 그런데 어느 분입니까?"

 

"천도시켜 드린 후에 말씀드리죠"

 

나와 도나 수행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그 동안 겪은 일들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했는데, 내가 전적으로 알아주고 의문점까지 일관되게 풀어 주었기 때문이다.

 

천도재를 하는데 어머니가 간절하게 부탁한다.

 

"선사님, 제발 이 아이를 밝은 곳으로 인도해 주세요. 밝은 곳으로요. 그리고 제발 철 좀 들게 해주세요."

 

"걱정마세요. 아들 분은 제가 잘 살도록 끝까지 돌봐 드리겠습니다."

 

천도재가 끝난 후,

 

"역시 그랬군요. 그런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예전에 아는 도인 분이 계셔서 천도를 해 드렸는데?"

 

"나는 늘상 도인이어서 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천도를 하는 그 순간은 잠깐 도인이 되어 있지요. 아마 그 도인은 천도할 때 자기가 도인이라는 사실을 그만 깜박 잊었나 봅니다."

 

박사만 인플레가 아니라 도인이나 퇴마사나 법사도 인플레인 세상이다. 이 거품은 언제 꺼질지 모르겠다.

 

"도대체 선사님은 어떤 분입니까? 도를 깨쳤습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oo씨가 원하는 것을 조금 도와줄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oo씨에게는 도움을 주는 중생이 도인이라고 떠벌리며 자기 자랑하는 사람보다 훨씬 소중하지요. 아마 그 동안 만난 도인들이 진짜라면 당신이 지금 이렇게 지내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도를 깨쳤다 못 깨쳤다 말을 해도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oo씨 머리로 납득되는 것은 oo씨 생각일 뿐인데요"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이해해주고 내 생각을 잘 따라주고 내 마음과 같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여자라야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 어머니가 철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였다.

 

보름 전 찾아왔을때 힘이 넘치고 일거리가 계속 생긴다고 좋아하였다. 그리고 내달에는 미국으로 일하러 간다고 한다. 나이가 있으니 돈을 빨리 모아야지.. 이제 실력을 인정받는 부처님이 도와주시고 있다.

 

"혹시 어머니가 불자였습니까?

 

일찍 돌아가셨지만 살아 생전에 절에 부지런히 다녔다고 한다.

 

왜 이걸 물어보느냐고 하면 천도재를 지낼 때 어머니가 반야선(부처님 세계로 데려다 주는 배로 용머리를 하고 있음)을 타고 올라가시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반야선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부처님은 영혼을 반야선에 태워 극락으로 인도해 주시기도 한다.